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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강금실 띄우기' 카운트 다운

기사입력 2005.01.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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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은 2005년 4·30 재보선에 나설 게 확실시 된다’ ‘여권에선 이미 강씨의 출마 지역까지 사실상 확정지었다고 봐야 한다’ ‘강씨가 재보선을 통과해 원내에 진입하면 여권의 대선후보군(群)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최근 전 법무장관 강금실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대표)의 2005년 거취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이다. 강금실 변호사는 2004년 7월 법무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공식 석상에 일절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강 변호사의 향후 동선(動線)과 관련, 갖가지 억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권에서 강 변호사를 ‘특별관리’하는 듯한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강금실 변호사를 대외직명대사인 ‘여성인권대사’로 지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청와대와 협의, 국가의 주요 인적자원인 강금실 전 장관을 발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강금실 변호사를 ‘국가의 주요 인적자원’으로 특별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조용히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강금실 변호사에게 부득부득 명예직 감투를 씌워주는 것을 보고 정치권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강금실 띄우기’가 본격화되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강금실 변호사의 정치권 컴백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보스포럼에 ‘특사’ 자격으로 참석

    ‘강금실 변호사’ 띄우기는 한 달여 전부터 시작됐다. 외교부가 2005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인 다보스포럼에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特使)’ 자격으로 참석하게 될 두 사람으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강금실 변호사를 발표한 것이다.

    강금실 변호사가 다보스포럼에 대통령 특사 자격로 참석하게 된 과정에는 청와대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 한국연락소 측에 따르면 청와대가 정동영 장관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선정해 외교부를 통해 주최 측인 WEF 사무국에 ‘대통령 특사(presidential envoy)’ 자격으로 참석하도록 통보했다고 한다. 강금실·정동영이라는 ‘투 톱(two-top)’ 체제가 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다보스포럼 참가는 이번이 두 번째다. 강금실 변호사는 WEF가 매년 선정하는 차세대 지도자에 선정된 바 있고, 차세대 리더스포럼(Leader’s Forum)과 아태지역 포럼 회의에 참석해 활동한 경력 등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법무장관직을 물러나면서 “너무 즐거워서 죄송해요”라는 말을 남기며 자연인으로 돌아간 강금실 변호사. 그는 이후 일절 언론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강금실 변호사는 수없이 들어오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한 채 완벽한 칩거를 하고 있다. 기자들은 강남구 대치동 테헤란로에 있는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과 그의 자택 주변을 맴돌며 그와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불발에 그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여성인권대사’로 지명된 날 강금실 변호사는 지독한 감기 몸살로 몸져누웠다. 그래서 다음날(12월 30일) 법무법인 사무실에 오전까지 출근하지 못했다.

    강금실 변호사의 언론 기피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권력 측의 ‘철저한 관리 프로젝트’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한 것처럼 여권의 차기 주자인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은 너무나 장기간 대선주자로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3의 카드’를 예비해둘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군으로 부각된 것이 대통령 선거 1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해석이 무리는 아니다. 강금실 변호사를 제3의 대권후보 카드로 쓸 요량이라면 현재로선 철저하게 언론 노출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

    강금실 변호사가 대권주자로서 능력과 자질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자질과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공직 활동은 1년4개월간의 법무장관이 전부다. 법무장관 시절 강금실 변호사가 보여준 언행은 소신 있는 발언과 부적절한 자유분방함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갔다는 평(評)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공직자보다는 예술가로서의 끼와 자유분방함을 타고 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은 지금도 법무장관 강금실 시절을 회고하며 “그때가 좋았다”는 말도 한다. 법무장관 강금실이 장관으로서 검사들의 영역을 확실히 지켜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강금실 변호사는 자유인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좋아했지만 현실은 그에게 부자유스런 생활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강금실 변호사가 전통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일부 언론이 강 변호사가 전통춤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을 보도한 뒤로는 사실상 전통춤을 즐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추석 직전, 한 시사주간지의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 결과는 강금실 변호사가 여전히 살아있는 ‘대선카드’임을 보여주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1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2위에 이어 강금실 변호사는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금실 변호사 다음으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4위, 정몽준 의원이 5위로 나타났다. 정동영ㆍ김근태 장관은 5위권에 들지도 못하고 뒤쪽으로 처져 있었다. 정치권에선 어떻게 강금실 변호사가 차기지도자 3위에 오를 수 있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한편에선 여론조사 방법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다.

    “박근혜 견제용 대권카드” 시각도

    강금실 변호사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20년간 정치현장을 취재한 정치분석가 K씨는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굳어지게 되면 여권에선 ‘강금실 카드’를 꺼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금실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는 일단 1~2월이 되면 구체적인 뚜껑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 후보로 내세우려면 열린우리당의 내부 공천 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강금실 카드’의 첫 시험대는 2005년 4월 재보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 대통령에게 4·30 재보선은 총선 못지 않은 의미가 있다. 2004년 12월 말 현재, 여당 의석은 과반인 150석. 여권의 과반의석이 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총선을 통해 비로소 실질적인 집권여당이 된 여권이 1년도 못가 과반 의석을 상실하게 된다면 여권에는 타격이 크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4·30 재보선에서 과반의석을 회복하지 못하면 의회권력, 즉 입법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중차대한 국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여러 여건은 4·30 재보선에 있어 여권에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율과 민심의 소재는 열린우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주변에선 여권이 가용(可用)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4·30 재보선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첫 번째 가용 자원으로 강금실 변호사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대선 주자군을 재보선에 투입해서라도 과반의석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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