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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방북 일정 연기, 왜?

기사입력 2006.02.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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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성 훼손 우려"… `국민적 합의' 강조, 여야 공방 수그러질 듯

    4월 방북을 희망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는 6월 중으로 방북을 연기하겠다고 20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일 오전 “다수 국민과 여야가 방북 그 차제를 적극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하지만 방북의 시기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6월 중으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어 방북 시기를 6월중으로 계획하고 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최경환 비서관을 통해 밝혔다.

    최 비서관은 “당초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민족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협의를 위한 것인 만큼, 그 시기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 같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당 측의 선거 전략화를 우려, 방북 시기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왔고, 김 전 대통령 또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연기이유를 밝힌 만큼 표면상으로는 야당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DJ와 정부여당과의 관계, 6.15공동선언에 맞춘 방북효과 극대화 의도 등 내심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치적 논란으로 흠집나는 것 피하겠다

    김 전 대통령이 방북을 연기한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방북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시각들을 의식했기 때문이 크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가 오는 6월로 조정된 것은 정치권의 잇따른 방북 시기 연기 요청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자신의 방북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4월 방북계획을 놓고 ‘지방선거용’이라고 공세를 취하면서 정부여당과 동교동의 강한 연대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DJ방북에서 얻어진 성과를 국내용으로 다시 만들어 정국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필요한 색깔론을 제기하진 않겠지만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방북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연기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혀왔다.

    자신의 방북을 남북 평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따라서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가 필요했던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권의 시각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

    게다가 난데없이 자신의 방북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부여당의 ‘북풍(北風)’ 작업으로까지 연관 지어지면서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다 방북시기가 6월이라면 2000년 6.15정상회담 시기와 맞물려 방북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4월 방북이 추진되고 있을 때부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며 “선거가 임박했다고 하더라도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방북을 연기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방북을 놓고 논란을 빚은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을 놓고 지방선거용이다, 여당의 선거 전략화다 하는 정치적 시각도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방북 방법으로 철도를 통한 방북을 희망했었으나 아직까지 북측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6월 연기가 ‘철도방북’을 실현하기 위한 시간 벌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해 "한 달 이상의 방북 준비기간으로 감안할 때 6월 방북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방북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이 방북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지만, 한 달 이상의 방북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5월 말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여당과 분명한 선 긋기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방북 성과를 노무현 정권과 여당의 지방선거용 카드로 바칠 이유가 없다.

    어디까지나 현직 대통령 시절부터 이제까지 ‘김대중’ 고유 브랜드를 5월 지방선거의 선거용 전략으로 폄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북풍’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과 열린당, 김 전 대통령을 강한 끈으로 묶으며 방북을 선거용으로 몰아붙인 것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오해’라고 표현하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는 자신의 방북을 정부여당과 연관 짓지 말라는 강한 부정인 것이다.

    여기다 전북출신인 정동영 당의장이 당선된 직후 방북연기 발표를 한 것도 내심, 호남지역에서의 입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8일 열린 열린당 전당대회에서 전북출신 정 의장이 당선 된데다 김두관, 김혁규 최고위원까지 영남출신이 대거 포석하면서 굳이 4월 방북을 고집해 정부여당에 지원사격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국민의 정부시절 도청파문과 대북송금 등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방북을 참여정부의 성과로 돌려 지방선거 승리의 밑거름으로 뿌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국민여론 의식한 방북연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연기 결정에는 무시할 수 없는 국민여론이 일조했다.

    여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은 찬성한다. 그러나 시기는 5월 지방선거 이후가 좋겠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 시기 연기에 대한 이유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함”과 함께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리서치 전문기관인 ‘메트릭스’에 의뢰해 DJ방북 시기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대 의견은 36.4%였다.

    시기와 관련, 야당이 주장하는 ‘5.31지방선거전 방북 반대’에 대해 10명중 6명 이상의 비율로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4월 방북’에 대해서는 14.2%만이 지지입장을 밝힌 데 반해 ‘6월 이후’는 66.9%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16일 이틀간에 걸쳐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90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도 남북평화가 생애 최대 과제이자 성과인 만큼 국민여론을 거스르면서 까지 4월 방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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