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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청와대 피비린내 나는 험난한 땅"

기사입력 2005.03.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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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相生, 아직은 기반 준비 안돼”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을 올랐다. 스포츠 선글라스를 낀 노 대통령은 “올해는 꽃이 필 듯 필 듯하면서 좀 늦게 핀다”고 말했다. 권양숙 여사가 동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냥 안 오겠다고 해서…”라고 했다.

    ◆“일본 국민들이 고민하게 만들어야”

    노 대통령은 지난 23일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다”고 한 대국민 편지에 대해, 강경한 표현보다는 글의 ‘진정성’을 읽어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진실하고 책임있게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결과를 상대방이 예측하게 해주는 것이 정치나 외교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미래에서 동북아 평화구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일본 강경발언들은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답변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 국민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생의 기반 아직 준비 안돼”

    취임 2주년의 소회를 묻자 노 대통령은 “여전히 힘들다. 자꾸 새로운 일이 또 생긴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상생(相生)을 얘기하는데 그 기반이 아직 우리들 속에 잘 준비돼 있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20세기 초에는 세계적 극단의 세기를 가장 극단적으로 체험했고, 20세기 후반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극단적으로 충돌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구조가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서로 아직까지 인정하기 어려워, 상생의 사고를 갖기 어려운 심리상태”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 양원제(兩院制)도 언급했다. “지금 내가 주장할 여건은 안 돼 있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정치적 대표성이 대도시에 집중되면 안 된다”고 했다. 모든 시·도에서 같은 수의 의원들을 내는, 미국식의 상원(上院)을 만들어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자는 것은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때도 제안한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궁궐 암투·음모 들끓는 곳일 수도”

    노 대통령은 산을 오르면서 “청와대 관저 앞에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글이 있는데 보기에 따라선 권력이 있는 곳이지만, 아주 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험난한 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력자의 입장에선 지금 지내는 곳이 천하제일이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궁궐의 암투, 음모가 들끓는 곳일 수도 있다”며 “다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북악산의 성벽을 지나며 노 대통령은 “이 돌을 쌓아올린 게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지 백성을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행정도시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여기 산 정상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서 ‘큰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냐’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했다.

    사진- 27일 커다란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청와대 취재기자단과 북악산행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이 커피를 마시며 간담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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