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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의 ‘書信정치’

기사입력 2005.03.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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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0시∼새벽 1시 컴퓨터 보고서에 심취 '말 대신 글'
     
     늦은 밤, 청와대 관저에는‘톡톡’하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노무현 대통령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다.

    청와대 윤태영 부속실장은 지난 21일 ‘청와대 브리핑’에 쓴 국정일기에서 “청와대의 새로운 풍경은 노 대통령이 밤늦도록 키보드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주로 밤 10시∼새벽 1시에 컴퓨터에 앉아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e-지원·知園)에 오른 보고서를 훑어보고 의견을 적는다. 심지어 새벽 5∼6시에도 컴퓨터와 씨름할 때가 있다. 때문에 ‘올빼미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대국민 편지를 썼다. 지난 한달간 쓴 편지만 다섯 통이다. 지난달 18일과 이번달 3일 전국 공무원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8일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사퇴에 대한 심정을 대국민 편지 형식으로 밝혔다. 이어 22일에는‘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의 글을 띄웠다. 급기야 23일에는‘대일 외교 선전포고문’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한·일관계 관련 글을 닷새 동안이나 다듬었다고 한다. 밤늦은 시간, 관저에서 혼자 글을 쓰다보니 감정이 풍부해져 아무래도 글 곳곳에 격정적 어감이 묻어나온다. ‘뿌리를 뽑겠다’ ‘각박한 외교전쟁’ 등 직설적 어투도 걸러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편지에서 “이번 싸움은 지구전입니다. 체력소모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고 썼다. 재야나 야당시절 흔히 썼던‘싸움’이라는 단어를 고른 것은 흥미롭다. “체력소모를 줄이자”는 다소 해학적인 말도 편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딱딱한 형식의 대국민 담화였다면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같은 ‘서신(書信)정치’는 기자간담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말실수를 줄일 수 있고, 입장을 논리정연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통령의 육성을 국민들이 직접 듣는 효과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미국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에 비유했다. 노 대통령이 조만간 북핵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를 편지 형식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서신정치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당장 이번 한·일관계 글에 대해 외교적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종의 포퓰리즘(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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