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철밥통 호시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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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교수 ‘철밥통 호시절’ 갔다

연구실 밤늦게까지 불켜져... 치열한 생존경쟁
‘방학(放學)’은 학문을 잠시 놓는 기간이라지만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과)에게는 더 바쁜 시기이다.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전에는 연구로, 오후엔 교내 행사·학사 업무로 정신이 없다.

석·박사 논문지도와 학생상담까지 하다보면 오후 8시를 넘기기 일쑤다. 이 와중에서도 지난 2년간 논문 8편을 써냈다. 지난 3년간 가족끼리 오붓한 여행 한번 가지 못했다. 그는 “승진이나 재임용에 탈락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이모 교수(불문과)도 예년 같으면 방학때 해외여행을 다녀왔겠지만, 요즘 매일 아침 학교에 나온다. 그는 “논문과 수업 준비에 예년의 3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며 “방학이라도 쉬는 교수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학 교수사회가 확 달라졌다. 틀에 박힌 강의내용과 논문 한 편으로 수십년을 버텨 ‘철밥통’으로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 방학에도 연구실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기 일쑤다.  치열한 생존경쟁이다.

이같은 변화는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교수업적평가제가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연구실적, 교육실적, 봉사실적 등을 평가해 매년 승진·재임용 잣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낮으면 당연히 승진·재임용에서 탈락한다”며 “최근 교수 승진율이 60~7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평가 결과에 따라 상금 등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교수들은 평가점수를 높이는 데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평가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유력 해외 학술지에 매년 논문 2편 정도를 실으면 되지만, 교수들은 이를 웃도는 결과물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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