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고스님 빛고을 광주에 둥지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현고스님 빛고을 광주에 둥지

남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다
“한국불교 깨달음에 치우쳐 베풂은 없었죠”

  생로병사의 백팔번뇌를 떨친 스님이 그 생로병사의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사회복지학 교수로 대학강단에 선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현고스님(55)은 이달말 서울 견지동 총무원 청사에서 짐을 싸서 광주 남부대학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직을 맡는다. 사회문제론, 사회복지 윤리와 철학 등 두세 과목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불교는 ‘깨달음의 역사’만 있고 ‘베풂의 역사’는 없어서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특히 사회복지와 교육 분야는 다른 종교와 비교하면 너무나 뒤처집니다. 그래서 제가 대학강단에서 직접 스님들을 불러모아 가르쳐서 세상으로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현고스님은 한 학기에 20여명 안팎의 스님들에게 사회복지를 가르치는 성직자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계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 2,343개 중에서 개신교가 60%, 가톨릭이 26%를 운영하는 데 비해 불교는 14%에 불과하다. 스님은 종교계가 운영하는 사립학교 1,899개교 중에서도 불교계에서는 1%를 겨우 넘는 수준인 32개교만을 운영한다는 통계를 보여주었다. 스님은 현재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다.
  사실 스님을 잘 아는 사람들은 조계종에서 손꼽히는 환경·복지 전문가이자 종단의 브레인인 현고스님의 대학행에 고개를 끄덕인다. 게다가 현고스님의 달변은 오랫동안 조계종 기획실장으로 언론홍보를 담당하면서 이미 소문나 있었다.
  1971년 순천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고스님은 송광사 주지를 물러난 1998년부터 산사가 아닌 마을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환경과 복지, 문화와 관련된 세상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주암호 보전협의회 대표이사·의장을 시작으로 푸른전남 21이사장,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등 환경분야는 물론, 송광 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일하면서 복지분야도 들여다보게 됐다.
  그뿐 아니다. 송광사 시절부터 ‘너는 목수를 해라’ 하는 스승 구산스님의 명으로 절집 짓는 일을 도맡았던 인연으로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일도 떠맡았다. 2001년부터는 조계종 기획실장과 지난해 7월부터 문화사업단장 직을 맡으면서 종단 행정일에도 관여했다.
  대학 강단에 서기 위해 22일 사표를 낸 스님은 “수행은 ‘자기를 아는 데 그치는 것’이지만, 복지는 ‘남을 알고, 사회를 아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