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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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국증권사 몰려온다"

빗장 풀린 국내 자본시장 파생상품ㆍ자산관리 집중 부실채권ㆍ기업연금 개척
非 은행 규제완화 '새 시장' 노하우 뒤진 국내社 '비상'

 
  연초부터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자본시장 공략이 거세다. 투자은행(IB)업무 영역을 장외파생상품시장까지 확대하고 자산관리시장과 프라이빗뱅킹(PB)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공세는 올해 이들 시장의 영업 강화를 외치고 있는 국내 증권업계에 적잖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연말 증권사 규제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리만브라더스 서울지점 이재우 대표는 "그 동안 주요 수익기반이던 주식영업과 인수ㆍ합병(M&A)사업에서 낮은 수수료로 고민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정부의 규제완화로 파생상품과 자산관리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출 배경은=지금까지 주식영업(브로커리지)과 M&A 위주의 IB업무에 주력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장외파생상품시장과 자산관리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영업과 M&A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장외파생상품시장의 경우 시장 규모에 비해 상품 수가 적고 높은 수수료로 외국계 증권사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정부의 증권산업 규제완화 방안 발표로 장외파생상품 영업허가 기준 중 자기자본 3000억원 조항이 삭제되면서 진출이 용이해진 데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파생상품이나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부각되고 있다는 것도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ABN암로증권 서울지점 윤경희 대표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비은행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의 파생상품시장과 자산관리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B업무 확대, 자산관리시장 진출=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 등은 이미 파생상품 서비스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IB사업 내 주식영업부문(ECM)과 채권영업부문(DCM)의 통합을 추진 중이며 모간스탠리는 오는 3월 은행을 설립해 이자율 및 달러 스왑거래 업무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CSFB증권도 올 상반기 중 장외파생상품 영업인가를 취득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JP모간증권도 원화 장외파생상품 영업을 준비 중이다. BNP파리바증권, UBS증권 등 유럽계 증권사들은 그 동안 은행에서 다뤘던 장외파생상품 영업을 증권사로 이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피델리티투자자문의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외국계 증권사들의 자산관리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JP모간증권은 올 상반기 중 국내 은행과 합작법인 형태로 가칭 'JP모간애셋매니지먼트'를 설립할 예정이며 역시 부실채권(NPL)시장에도 국내 은행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레디스위스에셋매니지먼트(CSAM)도 곧 국내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시장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며, ABN암로증권은 독자적으로 자산관리시장에 진출해 하반기 기업연금시장을 겨냥한 신상품을 내놓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최근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 자산운용시장에 진출한 UBS도 한국 시장 진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메릴린치, 씨티은행, HSBC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PB시장에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참여가 활발할 전망이다. 다이와증권은 국내 고액 자산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PB서비스 제공을 위해 4~5월께 금융감독원에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며, ABN암로도 PB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인력 확충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맥쿼리그룹이 연초를 전후로 신한맥쿼리투자자문, 맥쿼리IMM, 맥쿼리증권 등 9개 한국지사 직원 100여명을 대폭 보강한 데 이어 리만브라더스도 올해 IB인력 10~15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장 공략은 곧 국내 증권사들에 적잖은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맥쿼리증권 김현영 상무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새로운 이들 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에 밀리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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