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주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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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4살 주식박사"

“재테크라면 나도···” 14살 주식박사
“주식을 하려면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아야 하거든요.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상품 중 어떤 것이 잘 팔리는지…. CEO가 어떤 사람인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조급하면 주식을 할 수 없어요.”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중학교 2학년생이라기보다 마치 증권사 펀드 매니저 같다. 주식투자 4년째에 접어드는 조성원군(14·안양 대평중)은 첫해 120%의 투자이익을 올린 성공적 투자자다. 그리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펀드매니저까지 하고 있다.

-4년간 120%웃도는 투자수익-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주식을 시작했어요. 학교 도서실에서 독일 경제전문가가 쓴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란 책을 봤는데, 주식을 해서 큰돈을 번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그때 나랑 같은 나이인 그 펠릭스라는 아이가 어른들도 벌기 힘든 큰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주식이란 게 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혼자 주식책과 신문 경제면을 보면서 무작정 읽었어요. 원래 책읽는 걸 무지무지 좋아하거든요. 알고 보니 미국의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주식투자를 했대요.”

성원군은 몇달 뒤 부모에게 “주식을 하게 허락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가 공부나 하지, 뜬금없이 무슨 주식이냐”며 야단을 쳤던 어머니 하미숙씨(43)도 석달간 조르는 아들에게 두 손을 들었다.

“결국 10만원을 주면서 그랬어요. 이 돈 가지고 한번 해봐라. 하지만 손해보게 되면 다시는 주식이야기도 꺼내지 말라구요.”

그런데 1년뒤 성원군은 원금 10만원을 어머니에게 돌려주고 난 뒤에도 12만원을 손에 쥐었다. 120%의 이익이 난 것이다. 제일화재 주식을 시작으로 35번 매매를 한 끝에 벌어들인 돈이었다.

“학기중에는 매매를 할 수가 없어서 방학때만 거래했어요. 그래서 매매시점을 놓칠 때도 많았구요. 그런 걸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때 주식투자를 쉬면서 더 큰 일을 벌였다. 평소 컴퓨터게임을 좋아하고 프로그램도 짜봤던 실력으로 친구 3명을 설득해 ‘박차오름’이라는 게임회사를 세운 것이다.

“‘라이프’라는 게임 CD를 만들어 팔았어요. 의사나 기업가, 법률가 등 하고 싶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일정한 과제를 달성하도록 한 역할게임이에요. 주식을 해보면서 경제를 알게 됐고, 직접 뭔가 생산을 해내는 회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장당 5,000원이라는 높은 가격 때문인지 겨우 8장만 팔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다. 성원군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경제공부 덕에 학교성적도 쑥쑥-

“성원이가 너무나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북돋워주려고 제 펀드매니저가 돼달라고 했어요. 애 실력을 믿고 50만원을 과감히 투자한 거죠.”

어머니 하씨는 아들이 경제공부를 하고, 인터넷 투자카페를 여는 것을 보고 아들의 주식투자를 밀어주기로 결심했다. 학원이나 과외는 하지 않았는데도 주식공부를 하면서 키운 집중력 덕분인지 학교성적이 오히려 올라가고, 훨씬 어른스러워진 아들이 대견스러웠던 것이다.

“신문을 보고 차트를 연구해서 몇가지 종목에 분산투자를 했는데, 평균 30~40%정도 이익이 나고 있어요. 장래 희망은 게임회사 CEO지만, 세계적 펀드를 운용하는 워런 버핏 같은 투자가가 되는 것에도 관심이 가요.”

아직은 인터뷰가 어색한지 귓불이 빨개지면서도 꼭 해야 할 이야기는 놓치지 않는 성원군은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 주식어린이’(명진출판)란 경제동화의 모델로 나왔다고 자랑스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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