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억 칼럼>관행의 반복,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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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억 칼럼>관행의 반복, 그 결과는?

최근 몇주 사이에 관행의 결과가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되는 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육부총리의 임명과 논란 그리고 사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관행(慣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올 여름 전국적인 수재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서도 작년 수재 복구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관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했다.

관행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 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함’이다. 그렇다. 우리는 일상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별다른 생각 없이 오래 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하곤 한다. ‘오래 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하’는 이 관행에 대해서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해 오던 것은 그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나름의 미덕도 많다. 관행의 가장 큰 미덕은 아마도 편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옳고 그름, 또는 적절성이나 적합성 따위를 판단하고 고민하는 고통을 덜어주고,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점에서 관행의 미덕은 돋보인다. 하지만, 관행으로 이뤄지는 많은 일들의 폐해를 생각해 보면 그저 팔짱만 끼고 짐짓 모른 체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코 하는 관행은 미래에 예상치도 못했던 결과를 초래하고 한 개인이나 사회의 발목을 잡는 일로 발전하기도 한다. 역사는 흐르고 사회는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체구가 커지고 체형이 변했는데, 별 생각 없이 늘 입던 옷을 그냥 입는다면 그 꼴이 얼마나 우습겠는가. 계절이 바뀌어서 날이 더워졌는데 추운 겨울에 입던 옷을 계속 입고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꼴불견이겠는가. 입던 옷을 상황과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입고 다닌다면 그로 인한 고통은 그냥 한 개인에게 그칠 것이다.

결혼 전에 자유 분방하게 자신의 생활을 마음대로 하던 사람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음에도 결혼 전에 했던 행동들을 습관처럼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한 개인의 문제에서 가정의 문제로 확대되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 난다. 관료나 정치인이 관행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그 결과 빚어지는 고통을 감당해야 할 범위는 지역사회나 국가의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작년 수재의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관행처럼 했던 일들이 올해 수재의 피해를 더 키워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 관행의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만다. 어디 그뿐인가. 퇴직 판검사가 재판에서 승소하는 일이 많은 것도 ‘전관예우’라는 독버섯 같은 관행의 탓이 아니겠는가.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질적인 지역의 발전이나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거리가 있는 각종 전시성 행사를 하는 것도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하기 보다는 관행을 반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관행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이 고스란히 해당 지역민과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 볼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공무원과 단체장들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좋은 대안을 찾고 대책을 수립하기보다 관행으로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 볼 일이다. 우리가 뽑아 준 의원들과 대표들이 편안한 관행을 따르기보다, 우리 지역과 우리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거친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관행을 타파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들이 관행처럼 하는 일의 잘못된 결과는 지역의 퇴보와 우리 삶의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해 오던 대로 하면 된다는 편리한 생각을 잠시 접어 두고, 올바른 길, 가장 적합한 대안을 찾는 고통을 감수한다면 그 결과는 한 사회의 건강성과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동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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