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학생 두번 울리는 '급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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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저소득층 학생 두번 울리는 '급식사고'

중식 지원대상자 1만9천여명…이중 616명 급식중단 학교 재학생

 '가난도 서러운데 이젠 한끼 식사마저...'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점심을 떼워온 저소득층 자녀들이 급식사고로 또 한번 쓰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가난 때문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지원을 받아온 이들이기에 '점심 도시락'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혹여 친구들이 지원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까봐 가슴 조이며 속만 태우고 있다.

 끼니당 2000원 안팎의 지원을 받아 '무료점심'을 해결중인 중식 지원대상자는 광주에만 1만9000여명. 이 중 616명은 'CJ푸드 급식사고'로 중식배급이 중단된 5개 중ㆍ고교에 재학중이다.

 학교 별로는 숭신공고 334명, 보문고 107명, 수피아여고 79명, 숭의중 62명, 광주인성고 34명 등이다.

 학교측은 사고가 터진 지난 22일 '급식중단, 도시락 지참'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서둘러 보낸 데 이어 계약 해지와 학사 일정 조정,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으나 중식지원 학생들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비상대책 회의까지 열어 대책수립에 나섰으나, '도시락 지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같은 반찬, 같은 국을 먹을 때와 달리 또래 급우들의 비싼 고기반찬도, 영양가 만점 도시락도 이들 학생들에겐 슬픔일 수 밖에 없다"며 "급식 중단이 서둘러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장기화가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2개 학교는 학교 앞 기업체 구내 식당이나 분식점에 부탁해 점심을 해결키로 했으나, 끼니당 단가에 차이난데다 여름철 식중독마저 우려되고, 자존심 때문에 꺼리는 학생들도 많아 실효성은 의문이다.

 한 행정실장은 "컵라면 등 소위 '특식'도 계획했지만 자존심과 사춘기 감수성 때문에 기피하는 학생이 많다"며 "담임교사들이 일부러 '김치반찬에 밥만 있어도 좋으니 도시락을 싸오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상처난 마음을 달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지원대상 고교생은 "친구들에게는 '속이 안좋아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고 핑계댔지만 너무 슬퍼 몰래 울었다"며 "두 동생의 도시락만 간신히 챙겨줬지만 얼마나 더 김치에 나물 반찬을 싸줘야 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식사를 할 때는 몰랐지만, 도시락을 싸오라는 통지를 받고 겁부터 났다"며 "교문 밖 식당도 놀림을 당할까봐 갈 수도 없는 처지다 보니 굶는 수 밖에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워낙 갑작스레 터진 일이라 시원스런 대책이 나오질 않고 있다"며 "실태조사와 현장의견 등을 종합해 월요일 중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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