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싹쓸이 막아주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열린우리당 "싹쓸이 막아주오"

 25일 당 비상회의 가진 뒤 '대국민 호소문' 발표
 
 열린우리당이 돌아설줄 모르는 민심에 마침내 읍소전략을 내놨다. 한 마디로 지방자치를 살리기 위해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선거의 의미를 왜곡한 술수라며 혹평했다.

 ▲엎드린 여당

 열린우리당은 25일 당 비상회의를 가진 뒤 '민주주의 원칙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에서 열린우리당은 "지방자치 싹쓸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썩게 하고 민주헌정질서의 와해를 가져올 수 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서도 국민여러분은 여야 각각 152대 147의 균형을 맞춰주셨다"며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 246개 광역, 기초 단체장 가운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20여 곳에 불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열린우리당은 "심지어 수도권 단체장 70명 가운데 한나라당이 67~68석을 싹슬이하고 열린우리당은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마비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한 두 가지 악재로 모든 사태의 원인을 돌리지 않겠다. 성난 민심의 파고가 얼마나 높고 무서운지 깨닫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며칠만이라도 매를 거두어 달라. 열린우리당이 부족하더라도 지방자치는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당은 또 "검증된 일꾼들을 외면하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한 뒤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야 한다. 당에 대한 노여움을 잠시만 뒤로 미루고 한 번만 더 지방권력의 균형을 생각해 달라"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비상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이 어느 사이에 못난 자식이 돼 버렸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못난 자식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있을 것"이라면서 "어머니인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진인사 대천명'하는 수 밖에 없다"며 몸을 최대한 낮췄다.

 정 의장은 "오죽 급했으면 선거를 몇 일 앞둔 급한 시기에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비상회의를 열게 되었겠는가"라며 "우리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실이 혹독한 시련을 주고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대로 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할 전망이다. 거대 야당이 전국을 장악하는 국면이 도래했다"며 "이는 단지 민주평화세력의 위기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심각한 위기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 의장은 "탄핵의 후폭풍 속에서도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살려주었다. 불의한 짓을 저지른 한나라당에도 견제 세력을 주었던 위대한 국민이다"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개혁세력·평화세력·미래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또 국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후퇴하지 않도록 국민께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야, 무슨 소리를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대국민 호소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25일 현안 논평에서 "열린우리당은 경기 중에 자기들이 지고 있다고 감독이 갑자기 코트 밖으로 선수들을 다 불러내 청중에게 엎드려 절하면서 응원을 부탁하는 꼴"이라면서 "경우에 없는 일이다"고 비꼬았다.

 이 부대변인은 "견제와 균형을 호소한다지만 열린우리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면서 "열린우리당 출신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없어도 지방은 노무현 정부의 중앙정부보다 국민의 평이 훨씬 좋다. 여당은 아직도 선거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이 '민주개혁세력의 씨를 남겨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 민주개혁세력 위기의 출발점은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을 가져온 민주당 분당에 있다"며 "민주당 분당으로 현 집권세력의 도덕적 파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특히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으려면 수도권에 집중해야 할 것인데 왜 민주당이 지키고 있는 호남에 올인하는지 그것부터가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뒤 "워낙 다급해지니 '살려달라'고 읍소하고 있는데 이는 열린우리당이 늘 애용하는 '열린당식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두 당의 비난에 합세했다. 박 대변인은 "여당의 비상대책회의는 자신들의 배신행위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몰락을 앞둔 세력의 호들갑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비상대책회의가 아니라 수상한 대책회의이고 이탈자가 없는지 점검하는 전전긍긍의 표현일 뿐이다"고 평가절하했다.

 박 대변인은 "비상상황이야 맞지만 개혁의 위기가 아니라 개혁배신세력의 위기이자 기회주의 세력의 몰락일 뿐이다"면서 "민주노동당이 개혁진보진영의 대표주자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