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高유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高유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란의 핵 문제 등 국제정세의 변화가 최근 유가 급등의 주요 원인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석유 생산량과 가격과의 관계를 분석한 허버트 피크 가설에 따르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르고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나 국내 경제계나 사회 분위기는 아직까지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는 낙관적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석유 사용량이 세계 6위이고 이의 전량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석유 수입량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다. 국내 산업의 에너지 효율성도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 유가의 급등은 당장 물가 상승, 경상수지 흑자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하여 국내 경제를 전방위로 위축시킨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국내 경제의 성장 잠재력마저 크게 약화될 것이다. 국제 유가 급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저소비 고효율 에너지 경제체제’를 시급히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과시형 에너지 소비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한겨울 아파트나 각 건물들의 지나친 난방, 냉방병에 걸릴 정도의 에어컨 남용, 세계 어느 도시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호사스러운 네온사인 등은 전량 석유수입국의 처지에서는 분에 넘치는 씀씀이임에 틀림없다.

에너지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은 어렵더라도 전력 등 에너지 소비 가격을 국제 유가와 연동하여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얻는 수익은 에너지 공급 능력을 키워나가는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 방법을 경제 교육의 주요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도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 길이다. 에너지 절약형 가전기기 생산과 보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2010년까지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에너지 소비를 최고 72%까지 절감할 계획이라고 한다.

에너지 저소비 운동을 벌이는 한편으로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이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자원 개발 전쟁 시대에 전체 석유 수요량 중에서 자체 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정도를 나타내 주는 석유자주개발률이 한국은 현재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11%나 중국의 1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실적으로 한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공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막대한 자금과 전문 기술 인력 부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세 등 에너지 관련 세로 걷힌 자금을 해외 자원 개발 용도로 주로 활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원 투자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나 해외 자원 개발 전공 ‘산학 장학생’ 제도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추진 등으로 국내 자본 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으므로 세계적인 자원 개발 펀드를 조성하여, 러시아와 북한, 아프리카 등의 자원 개발 사업에 우리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대체 에너지 개발 경쟁에서 뒤떨어져서는 안된다. 선진국 기술을 무조건 뒤쫓아가기보다는 국내 현실에 알맞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이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다. 브라질은 광대한 농원에서 대량 재배한 사탕수수로 만든 알코올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 산업을 키워 고유가 위기를 피해가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대체에너지 가운데 특히 조력·조류·파력에 의한 해양 에너지 개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유의존증’에 걸려 있는 미국도 이제 신에너지 전략을 수립하여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에너지 위기 불감증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실감나는 ‘에너지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 실천해야 한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