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心 일깨운' 하인스 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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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心 일깨운' 하인스 워드

母國아이들에 孝心 심고 혼혈 편견 깨고…

"한국의 혼혈 어린이들이 미래를 향한 밝은 희망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3일 인천공항에서) "어렸을 땐 나의 반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4일 기자회견에서) "후회되는 것은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4일 청와대에서) "혼혈인으로 태어난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부끄러운 것은 혼혈이 아니라 혼혈을 차별하는 것이다." (5일 혼혈 아동을 만난 후) "더 큰 꿈을 위해 낯선 땅으로 나선 어머니의 노고를 알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한국에 올 계획을 갖고 있었다. 나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5일 서울시 명예시민장을 받고)

며칠째 온 국민의 눈과 귀는 지난 3일 입국한 하인스 워드 모자에게 쏠려 있다. 특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것,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는 부끄러움을 새삼 깨닫게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말을 두고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적으면 교과서"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가 미국에서 성공해서 돌아온 혼혈인 청년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반전이 가미된 성공 신화 =

무엇보다도 그의 삶 자체가 감동적이다. 워드는 단순히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미군 주둔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의 부산물인 혼혈아.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아픈 과거를 되새기게 하는 현대사의 그늘로 여겨졌고, 부끄러운 시대를 감추기 위해 주류에서 밀려나야 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버림받다시피 이 땅을 떠난 혼혈아가 미국의 미식축구 최고 무대인 '슈퍼볼'의 MVP가 됐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워드는 우리가 열광할 수 있는 스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 사회는 물론 미국 사회에서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받은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것은 최고의 휴먼 스토리"라고 말했다.

◆ 반듯한 '孝'의 표상 =

그는 성공한 이유를 모두 어머니에게 돌린다. 6일 자신이 태어난 서울 이대동대문병원을 방문해서는 "어머니야말로 나의 진짜 MVP"라고 했고,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조차도 "어머니의 성공담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말투, 몸짓 하나하나에서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묻어난다.

그에게서는 또 성공한 사람에게서 흔히 엿보이는 거만과 자만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워드를 보여주기 위해 이대동대문병원을 찾았다는 주부 신정숙 씨(37)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말 반듯하게 자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나도 아이에게 워드의 어머니와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혼혈인에 대한 관심 촉발 =

하인스 워드는 한국 사회의 깊은 상처를 건드렸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도 흔들어 놓았다.

사실 혼혈인에 대한 차별은 점차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다이엘 헤니, 김 디에나 등 외모가 뛰어난 일부 백인계 혼혈인에 대한 인식의 개선일 뿐 흑인 혼혈인이나 코시안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그런 혼혈인들에게 워드는 분명 희망의 메시지다. 워드는 한국에서 만난 혼혈 어린이들에게 "나는 나를 괴롭히고 놀리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럴수록 나를 성장시키려는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용기를 북돋워주었고, "부끄러운 것은 혼혈이 아니라혼혈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흑인계 혼혈인인 김길호 씨(43)는 "워드의 말에서는 단순히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삶에서 우러난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워드에 쏟아진 관심이 전체 혼혈인들에게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 시급 =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워드 열풍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성공한 혼혈인'에 대한 열광인 측면도 있다.

정강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워드를 보고 열광하는 우리 사회에는 혼혈인에대한 이중 잣대가 숨어 있다"며 "국내 많은 혼혈인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회의 핵심에서 배제시키려고 하는 데 반해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핏줄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워드 열풍이 과연 그것이 제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혼혈인이 더 이상 냉대받지 않는 사회구조적 기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혼혈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과서 개정작업과 함께 법ㆍ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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