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일단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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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일단 멈춤'

검찰, 경영권 승계과정 문제점도 추궁할 듯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8일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소환도 이르면 내주중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비자금 조성과 용처는 물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추궁할 것으로 보여 향후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해 보 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사장은 기아차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

기아차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한 축이기 때문에, 기아차 지분만 늘려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작년 2월 현대캐피탈로부터 기아차 주식 350만주(1.01%)를 매집한 데 이어 그해 11월 다시 현대캐피탈로부터 340만4천500주(0.98%)를 사들여 현재 1.99% 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로 알려진 글로비스의 상장으로 한층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던 경영권 승계는 하지만 검찰 수사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정 사장은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 와 본텍 등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했는데, 이 계열사들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 가 불거지고 검찰이 경영권 승계 과정 자체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당분 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승계 과정이 이번에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그룹의 작은 움직임에도 온갖 검증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진'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회장은 귀국 직후 비자금의 사회환원에 대한 질문에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현대차그룹은 이번 수사결과에 대한 사과 차원에서 정 사장의 비상장 계열 사 지분을 매각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당초 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31.88%), 이노션(광고.40%), 엠코( 건설.25%) 등 비상장계열사의 지분을 팔아 기아차 지분을 매입한다는 시나리오가 사 실상 물거품이 된다.

현대차그룹도 이 점때문에 대책에 이 부분을 포함시킬 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일각의 예측대로 정 사장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사회에 환원한다 면 그의 경영권 승계는 다른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재벌 기업의 편법 경영권 상속에 대한 사회의 감시가 이번 일을 계기로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여 다른 방법을 찾기도 마땅치 않을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세금을 내고 증여받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 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증여 지분의 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용 자금'을 따로 마련해놓지 않는 한 결국 일부 지분을 처분해 세금낼 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막다른 골목길에 갇힌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 지 주 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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