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림팀' 아시아 정상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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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림팀' 아시아 정상 등극

8회 '이승엽 역전 2점포'… 3-2로 뒤집어
 
한국이 일본을 꺾었다. 아시아 정상이다. "30년간 이길 생각이 들지 못하게 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이치로의 입을 다물게 하는데도 채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5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1라운드 A조)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8회 터진 이승엽의 투런 홈런으로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전승 조 1위로 일본(2승 1패)을 무릎 꿇린 한국은 오는 13일부터 미국 애너하임(에인절 스타디움)에서 B조 1,2위 팀들과 함께 4강 진출을 놓고 2라운드를 벌이게 됐다.

3회 2사 만루, 5회 2사 1,3루 등 앞서 두 차례 득점 기회를 모두 날린 이승엽이 결국 큰 일을 해냈다. 1-2로 뒤진 8회 이종범의 중전안타로 만든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이승엽은 볼카운트 1-3에서 일본 4번째 투수 이시이 히로토시의 5구째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도쿄돔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역전 결승 투런 홈런.

'아시아 홈런왕'의 한 방에 일본의 승리를 예감하며 기쁨을 만끽하던 도쿄돔을 꽉 채운 4만여 관중이 일순 정적에 싸였다. 한국의 끈질긴 추격에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왕정치 일본 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도 낭패한 기색이 흘렀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1,2회 계속 점수를 내주면 중반까지는 완벽하게 끌려가는 분위기였다. 한국 선발로 등판한 김선우는 최고 시속 146km의 빠른 볼을 뿌렸지만 공이 높게 몰리며 1회부터 집중 3안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첫 타자 이치로를 2루수 직선타구로 잡았지만 발빠른 2번 니시오카에게 빠른 공을 던지다 좌전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후쿠도메 타석에서 니시오카의 2루 도루를 허용한 김선우는 후쿠도메를 2루앞 땅볼로 처리했지만 2사 3루에서 마쓰나카의 1-2루간 깊숙한 내야안타를 허용, 선취점을 내줬다. 다음 타자 다무라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2사 1,2루가 이어졌지만 이와무라를 3루앞 땅볼로 잡고 첫 이닝을 마쳤다.

김선우는 2회 첫 두 타자를 범타로 잘 잡았지만 9번 가와사키에게 2구째 던진 빠른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오른쪽 관중석에 빨랫줄처럼 꽂히는 솔로홈런을 맞았다. 이치로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넘긴 김선우는 3회 일본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시켰지만 4회를 넘기지 못했다.

4회 이와무라와 오가사와라에게 연속안타를 맞자 한국은 김선우를 내리고 준비된 계투 작전을 시작했다. 좌-우-좌-우로 이어진 한국 계투진은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부의 불씨를 이어갔다. 야수들의 잇단 호수비가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4회말 1사 2,3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봉중근이 첫 타자 가와사키를 상대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내자 이를 잡은 유격수 박진만이 주저없이 홈에 뿌려 포수 조인성의 완벽한 블로킹으로 3루 주자를 잡아냈다. 봉중근이 이치로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로 위기가 계속됐지만 이번엔 우익수 이진영의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가 한국을 살렸다. 니시오카가 봉중근의 2구째 바깥쪽 놓은 공을 밀어쳐 우익수 왼쪽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지만 몸을 날린 이진영의 글러브로 타구가 빨려들었다. 그림같은 호수비에 적이지만 일본 관중들도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일본 선발 투수 와타나베의 변화무쌍한 공에 4회까지 2안타로 묶여있던 한국은 곧이은 5회초 곧바로 반격을 시작했다. 선두타자 박진만이 우전안타를 치고나간 뒤 조인성의 몸에 맞는 공으로 1,2루를 채우자 김종국이 초구에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이병규의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 박진만이 홈을 밟았다.

이종범이 3회에 이어 또다시 몸에 맞는 공을 골라 2사 1,3루로 불씨를 이어갔지만 이승엽이 바뀐 투수 후지타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동점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이승엽은 3회 2사 만루에서 와타나베에게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데 이어 또다시 기회를 무산시켰지만 다음 타석에서 시원하게 한 방을 날렸다.

경기 중반 팽팽한 투수전에서 밀리지 않고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또 한명의 주역은 '일본 킬러' 구대성이다. 봉중근에 이어 6회 등판한 배영수가 7회 첫 타자 이치로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구대성은 2번 니시오카의 필사적인 보내기 번트 시도를 파울로 좌절시키며 4구만에 삼진을 잡아냈다. 대타 와다와 마쓰나카마자 포수 파울 플라이와 1루앞 땅볼로 잡으며 이치로를 1루에 묶은 채 이닝을 마감했다.

구대성이 특유의 여유 넘치는 피칭으로 8회를 삼자범퇴 처리한 데 이어 박찬호가 9회 등판, 삼자범퇴로 아시아 정상을 지켜냈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이치로와 맞붙은 박찬호는 이치로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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