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 4%만이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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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녀 4%만이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

아버지와 고민을 나누는 청소년이 3.9%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버지와 자녀 간에 대화가 부족하고, 자녀들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녀 간의 간극이 크고 자녀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형상이다. 우리나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적신호이니 크게 우려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05년 가족실태 조사’는 아버지들의 우울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버지와 자녀의 대화부족은 여전하다. 고민 상담 상대도 친구와 어머니가 가장 많았고, ‘스스로 해결’도 12%였다. 하지만 절반 정도의 아버지들이 자신과 먼저 상의할 것으로 믿고 있어 아버지와 자녀가 서로 겉돌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자녀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이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 아버지들의 바쁜 직장 일과 경제활동이 지적됐다. 자녀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일과 술 등으로 늦게 들어와 공부하라고 꾸짖고 잔소리하는 것인지 모른다. 오늘의 아버지상은 과거의 ‘가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적 아버지상이 확립된 것도 아닌 과도기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강한 권위주의적 경향은 대화를 저해하는 요인일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힘들다. 경제불황과 고용불안 속에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자녀교육도 힘겹고 자녀를 안심하고 키우기에도 조마조마한 세상이다. 자녀와 대화를 하려 해도 쉽지 않은 것이 또한 현실이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소외당하는 많은 아버지들은 정신적으로 ‘기러기 아빠’일지 모른다.

아버지와 자녀의 취약한 의사소통과 부조화는 아버지와 자녀,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여성가족부의 이번 조사가 아버지와 자녀 간의 ‘열린 대화’를 깊이 성찰하고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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