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이후 37년 만에 새 추기경 맞이해
 
정진석 서울대교구장(75·대주교)이 한국인 두번째 추기경으로 탄생했다. 이로써 한국 천주교는 1969년 서임된 김수환 추기경 이후 37년 만에 새 추기경을 맞게 됐다.

로마 교황청은 2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진석 대주교를 신임 추기경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정대주교는 성모영보 대축일인 다음달 25일 로마 교황청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추기경 회의에서 공식 서임된다.

정추기경은 이날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천주교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과 정부가 지원해준 덕분에 추기경이 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정추기경은 이어 “여러가지로 부족한 내가 선택된 것은 우리나라와 한국 천주교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크게 참작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김수환 추기경도 “그동안 새 추기경이 임명되지 않아 자책과 불안이 많았는데 이번에 새 추기경이 탄생해서 너무나 기쁘다”며 “하느님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감사한다”고 축하했다.

서울대 공대를 중퇴하고 가톨릭대에 입학, 61년 사제서품을 받은 정추기경은 70년 한국인 최연소 주교(39세)가 되면서 청주교구장에 임명됐다. 이후 98년부터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있으며 평양교구장 서리도 겸임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계에서는 공산권 국가 선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베네딕토 16세가 한국 교회가 만주나 중국, 북한, 러시아 선교의 주역을 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추기경은 아직 80세가 안됐기 때문에 고령으로 투표권이 없는 김수환 추기경(84)과 달리 교황이 서거하면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 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갖게 된다. 한국 천주교와 정부는 그동안 김추기경을 잇는 두번째 한국인 추기경의 서임을 교황청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을 서울대교구 주교관에 보내 정대주교에게 축하난을 전달했고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환영과 축하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