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100m메달 못지않은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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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100m메달 못지않은 쾌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결승
이강석 합계 70.43 3위…2위와 불과 0.02초차

0.01초의 싸움. 순간의 전쟁이다. ‘얼음 위 인간탄환’을 가리는 남자 500m는 스피드스케이팅 중에서도 백미. 올림픽에 첫 발을 내디딘 신예 이강석(21ㆍ한국체대)이 한국 스피스스케이팅의 묵은 메달 갈증을 풀었다.

14일 새벽(한국시간) 토리노 오발링고토에서 벌어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1, 2차 시기 합계 70초 43으로 미국의 조이 칙(69초 76)과 러시아의 드미트리 도로페예프(70초 41)에 이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1,000m에서 은메달을 딴 김윤만 이후 무려 14년만이다.

1차 시기 맨 마지막인 19조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강석은 맞대결 상대인 미국의 킵 카펜터의 부정출발에 부담을 가진 듯 자신의 최고기록인 34초 55에 0.8초 가량 모자란 35초 34를 기록했다. 2차 시기, 앞서 경기를 치른 도로페예프(70.41), 일본의 오키가와 유야(70.56)가 1,2 위를 차지해 이강석은 35초 22안에 들어야만 메달권에 들 수 있는 상황.

1차 시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칙과 같은 조에 편성된 이강석은 인코스에 자리잡고 35초09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딴 도로페예프와의 겨우 0.02초 차로 동메달을 차지했다.유망주이긴 했지만 이강석은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선수는 아니다.

이강석이 한국 빙상의 차세대 주자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후반. 지난해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겨울 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존재를 알린 이강석은 10월부터 한달동안 다녀온 캐나다 캘거리에서의 전지훈련 이후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벌어진 2005~06시즌 월드컵 2차시리즈에서 34초 55를 기록한 이강석은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이규혁이 세운 한국기록 34초74를 4년만에 갈아치웠다. 일본의 가토 조지가 보유한 세계신기록과도 불과 0.25차. 이어서 벌어진 밀워키 3차시리즈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기대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500m 참가 선수들 중 34초30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가토 조지를 비롯해 34초대 기록을 가진 선수만 무려 14명. 대회 때마다 메달 유망주로 꼽혔던 이규혁(27)도 지난 3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노메달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강석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냈다. 1m77cm로 큰 체구는 아니지만 폭발적인 순발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그는 한국 선수들의 약점인 늦은 스타트를 극복해냈다. 폭발적인 스타트가 강점인 이강석의 주종목은 사실 500m가 아닌 1000m. 19일 오전 1시 1000m 경기에 나서는 이강석이 자신의 두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이로써 전날 쇼트트랙에서 한번에 금, 은메달을 휩쓴 한국은 대회 사흘째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깜짝 동메달까지 추가하면서 메달레이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금, 은, 동메달 1개로 국가별 메달 중간순위에서 6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이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8년만에 동계올림픽 톱 10위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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