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2004 국내 문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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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숫자로 본 2004 국내 문화계

영화 한 편 관객 1천만 시대 '성큼'

청바지ㆍ통기타 추억의 7080세대 문화 부각

이응노ㆍ달리 등 탄생 100년 미술가 전시화제

올해 단행본 밀리언셀러 全無 아쉬움 남겨

  2004년 한 해도 문화계는 각종 기록들을 쏟아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 어느 해보다 각별한 의미가 있는 기록들이다.
 또 올해 새롭게 의미를 갖게 된 숫자 들도 있고 신조어처럼 등장한 숫자도 있다.
 딱딱해 보이기만 하는 숫자지만 그 뒤에는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흘린 많은 문화ㆍ예술인들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숫자를 통해 2004년 문화계를 되돌아본다.

◆ 0=올해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연 초부터 잇따라 개최됐다.
그 중 '바냐 아저씨'를 제외한 세 작품 '벚꽃동산' ' 갈매기' '세 자매'에 모두 출연한 조민기와 김호정을 비롯해 김정난 이호성 정 원중 류태호 예수정 황원상 장광 등 배우 40여 명은 노 개런티로 무대에 서 화 제가 됐다.

◆ 4=올해 일본에서는 한류 붐과 함께 한국 남자 연예인 4명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일본 언론에서는 6월께부터 이들을 일컬어 '한국 4천왕(四天王)'이라 고 부르기 시작했다.
선두주자는 역시 일본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 추산 2조 3000억원(한ㆍ일 합계)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창출한 '욘사마' 배용준, 31일 일 본 최고 오락프로그램으로 꼽히는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해 주가를 올린 이 병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두 주인공 장동건과 원빈 등이다.
 
◆ 11=매월 둘째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 예술의전당 '11 시 콘서트'는 저녁에 공연을 시작하던 관행을 깨고 시작 시간을 오전으로 옮겨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관객 500명만 들어도 대성공'이라는 주 최측 걱정과 달리 11시 콘서트는 지난 9월 9일 열린 첫 공연에서부터 큰 호응 을 얻었다.

◆ 41.1='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등 숱한 화제어를 낳으며 인기를 모은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올해 방송계를 통틀어 최고로 히트한 상품이다.
평균 시청률은 41.1%(이하 닐슨미디어리서치)로 92년 이래 전파를 탄 지상 파 드라마 중 12위에 해당하는 높은 기록이다.
특히 마지막회 시청률은 역대 드라마 회당 시청률 순위 중 9위에 해당하는 57.4%. 점유율로 따지면 올해 주 말 밤 10시에 TV를 켜놓은 가정에서 '파리의 연인'을 시청한 사람은 70%에 육 박했다.


◆ 100=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국내외 미술 대가들이 여럿 있어 다양한 전 시들이 기획됐다.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스페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그를 추모하는 전시회가 열렸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그의 작품이 일부 전시됐다.
우리나라 대가 가운데는 내고(乃古) 박생광과 고암(顧菴) 이응 노 탄생 100주년이기도 했다.
두 대가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여럿이었다.

◆ 7080=70년대와 80년대 대학을 나온 세대들을 가리키는 말로 올해 공연계에 서 가장 강력한 화두였다.
지난 2월 KBS '열린음악회'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고 그후 이 말을 내건 콘서트들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신조어로 자리를 잡았다.
386이 다소 이념적인 분류라면 7080은 청바지와 통기타, 캠퍼스 밴드, 팝송 등 을 즐긴 문화적 분류로 볼 수 있다.

◆ 1,000,000=올해 출판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는 '100만'이다.
100 만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는 출판인들에게 꿈이다.
그러나 올해는 밀리언셀러 가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
80년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마법천자문'이 200만부, '다빈치코드'가 100만부를 넘겼지만 1권짜리 책들이 아니어서 빛이 바랬다.
가장 화제가 됐던 책 '아침형 인간'도 80만부를 넘는 데 그쳤을 뿐이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때도 밀리언 셀러는 나왔다.
올해 출판계 불황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알 수 있는 숫자다.

◆ 11,700,000=지난해 말 개봉한 강우석 감독 작품 '실미도'가 올 상반기에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해 1110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뒤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영화 사상 최다 관객인 1 170만명을 달성했다.
마케팅비까지 포함해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에 투입된 돈은 총 200억원. 미국 일본 유럽 태국 등으로 수출해 400만달러를 거둬들이기 도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 올해를 장식했다.

◆ 20,000,000=올해는 2003년 '투란도트'와 '아이다'로 불붙은 운동장 오페라 열풍이 정점에 달한 해였다.
5월에만 '카르멘'과 '라보엠'(상암) 두 작품이 공 연됐고 9월에는 '아이다', 10월에는 '피가로의 결혼'이 무대에 올랐다.
불황에 도 불구하고 입장권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50만~60만원짜리 입장권이 나오는가 하면 '카르멘'은 2000만원짜리 초고가 입 장권(8개 좌석)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초고가 입장권은 외국 관객들을 겨냥 해 공연기획사가 모 관광사와 제휴해 만든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초호화 호텔 숙박권과 항공권 등을 패키지로 묶었다.

◆ 1,090,000,000=미술품 1개 경매가가 10억원을 넘는 기록을 낸 한 해였다.
지난 17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 고려청자 매병(梅 甁) 하나가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0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장을 들썩하게 한 '청자상감 매죽조문매병'은 지름 20.5㎝, 높이 34㎝로 표면에 매화와 대나무 사이에 앉은 새가 상감 기법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이전까지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겸재 정선의 수묵담채 '노송영지'(1755 )로 2001년 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 30,000,000,000=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억원을 넘긴 단행본 출판사 가 나왔다.
주인공은 '랜덤하우스 중앙'이라는 대형 출판사다.
희소식이지만 그만큼 출판계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됐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출판계 전체는 극심한 불황을 겪으며 시장이 줄어들었지만 대형 출판사들은 성 장을 했다.
매출 100억원을 넘긴 출판사가 30개 정도였다.
전체 단행본 출판시 장 규모를 1조원 정도로 추산하면 불과 30개 출판사가 전체 매출 중 절반 정도 를 차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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