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명량대첩비 '가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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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충무공 명량대첩비 '가짜 논란'

80년대 말 이후 지역 한학자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

충무공의 명량대첩을 기리기 위해 전남 해남 우수영에 세워진 명량대첩비가 일제에 의해 조작된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명량대첩비 가짜 논란'은 지난 80년대 말 이후 지역 한학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밀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한학자인 민부삼씨(66.해남군 해남읍 해리)는 31일 "최근 조부인 고 민병석씨의 문집에서 현재의 명량대첩비 비문과 다른 명량대첩비 비문내용이 발견됐다"며 명량대첩비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민씨는 또 지난 1895년에 제작된 호남읍지 수록 명량대첩비 비문과 비석 보존상태 등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명량대첩비는 숙종 14년인 지난 1688년 임란 당시 명량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에 세워진 보물 제503호(높이 2.67m)로 당시 홍문관대제학 서하 이민서가 비문을 짓고 판돈령부사 이정영이 글자를 썼다. 이 비는 일제의 박해로 피해를 입어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 옮겨졌던 것을 해방 이후 우수영 유지들에 의해 원래 세워졌던 지금의 장소로 옮겨졌다.

민씨는 조작 가능성의 근거로 조부의 문집에 소개된 명량대첩 비문에는 일본식 한자표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금의 비문에는 일본식 문투가 많이 사용된 점을 들고 있다.

또 조부의 문집에 수록된 비문과 호남읍지(1895년 제작본) 상의 비문은 글자수가 1082자인 반면 현재의 비문 글자수는 1095자로 일본식 한자표기가 새로 들어갔거나 빠진 글자가 30여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민씨 조부의 문집에는 '丁酉年'으로 기록된 표기가 지금의 비문에는 '丁酉年 九月'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민씨는 "숙종때 건립된 명량대첩비가 아직까지 너무 정교한데다, 오히려 같은 수성암이면서도 정조때 건립된 서산대사비 보다 상태가 더 양호하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은 국사편찬학자를 지낸 윤병진옹(84.해남군 황산면 춘정리)도 줄기차게 제기해 오고 있다.

윤 옹은 명량대첩비 비문의 글씨 중 일본식 한자 표기가 눈에 띄는데다 조작 비문의 초본으로 보이는 일본 자료까지 입수했다며 가짜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한학자들은 현재 명량대첩비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문을 지은 서하 이민서 후손에게 '서하 유고집'을 찾아달라고 부탁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김희태 전남도 문화재 전문위원은 "지역의 일부 한학자들을 중심으로 명량대첩비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충분한 검토작업을 먼저 거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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