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가족재단 '젠더 브리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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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광주여성가족재단 '젠더 브리프' 발간

근대 광주 일구어온 여성의 역사 기록... 노동ㆍ교육ㆍ가족 등 6개 분야 활동사 담아  

“광주여성사II(근대편) : 개항에서 해방이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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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여성가족재단(대표이사 김미경ㆍ이하 재단)은 지역의 여성·가족정책 의제를 담아낸 '젠더 브리프' 제50호를 발간했다.

이번 제50호는 2020년 12월 재단이 발간한 '광주여성사II(근대편) : 개항에서 해방이전까지'의 내용을 소개한 것으로, 2019년 발간된 '광주여성사I(전근대편)'에 이어 광주여성의 삶을 통사적으로 기록한 작업의 일환이다. 

이번 책에서는 근대광주의 변화와 여성의 삶, 근대문물과 일상의 변화, 광주의 경제구조와 여성의 일경험, 근대 가족구조의 변화와 성역할, 항일의 경험과 여성의 주체화, 식민체제와 여성동원 등 여섯 개의 주제로 근대 광주여성사를 서술했다. 또한 공식적인 사료 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사진자료, 영화포스터, 구술 등 더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광주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먼저 1895년 이후 행정구역과 지명이 개편되고 전남재판소와 광주우체국, 광주감옥, 제중원 등 근대적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광주의 근대풍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근대적 교육기관으로 서석초등학교,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전남여고의 전신)가 세워졌으며,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수피아여자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박애순, 김필례, 유화례가 활동했으며, 서서평이 이일성경학교를 세워 빈민구제와 여성교육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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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신문물은 광주여성들에게 이중적으로 다가왔는데, 당시 신문 기록들을 통해 광주여성들이 근대를 어떻게 맞이하였는지 알 수 있다. 화재 및 약물중독과 전염병 등의 사건들을 통해 당시 남녀의 역학관계를 읽어낼 수 있으며 자동차, 열차, 비행기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과 화장품, 의류 및 잡화상점, 백화점 등의 등장으로 근대 문물에 노출된 광주여성들을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극장이 들어서고 체육, 수필, 야학 등 근대적 가치와 문명 속에 등장하는 새로운 여성상들이 당시 광주의 여성들에게도 분명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 수탈과 함께 진행된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은 근대적 교육 및 직업의 기회라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하게 된다. 농수산업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이 지배적이던 당시의 산업구조에서 여성들은 주로 가내 노동인력 또는 미숙련 단순노동력으로 종사하였으며, 식모, 파출부, 애보기 등의 가사업이 등장하였다. 사무원, 타이피스트, 여점원, 전화교환수, 차장 등 보다 근대적 직업이 생겨났고 1920년대 후반부터는 카페여급을 비롯한 사회서비스업이 등장하여 전통적인 기생이나 창기를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광주종방제사, 도시제사, 약림제사 공장의 90%가 어린 소녀공이었으며, 대우불만, 임금인상, 음식물개선, 취업시간 단축, 차별철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사공장 여성노동자의 파업투쟁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기 가정은 ‘근대와 전통의 배틀 그라운드’라 부를 정도로 치열한 경합의 장이었다. 목포출생으로 광주에서 활동하기도 한 1903년생 박화성 작가는 부모 몰래 비밀리 자유결혼을 감행했다가 이혼을 선택하고 자식 둘을 데리고 재혼했다. 박화성 뿐만 아니라 광주의 많은 남녀들은 조혼과 강제결혼을 반대하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실제 부모가 맺어준 여성과의 강제결혼을 반대하여 이혼하고 자유결혼을 새롭게 선택한 남성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강제결혼과 자유연애의 딜레마 속에서 살아가는 당시 여성들의 엇갈린 운명을 엿볼 수 있다. 

항일의 경험은 광주여성들이 근대적 주체성을 획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919년 3월 수피아여자고등학교 교사 박애순은 동료 교사와 학생들을 모아 독립만세 시위를 준비하였고, 1929년 ‘나주역 사건’으로 촉발된 광주학생시위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광주여성들이 성역할의 전통적인 규범을 넘어 새로운 젠더관계를 여는 주체로 거듭났다. 또한 여자야학과 광주부인회, 광주여자기독교청년회, 여학생 비밀독서회인 소녀회, 근우회 등의 조직들은 여성의 자각과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성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대동아전쟁에 동원된 식민지 여성들의 현실이 드러난다. 여성을 전시에 동원하기 위한 애국부인회가 조직되었고 이어 국방부인회 등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난한 식민지 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현장과 전쟁에 동원되었을 뿐만 아니라 출산장려나 양육통제, 아동교육, 전쟁에 동원된 자식에 대한 미화에 동원되었으며 광주여성 역시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 외에 '광주여성사II(근대편) : 개항에서 해방이전까지'에서는 근대 광주여성 14명을 발굴하여 그 삶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박애순과 주말순 등의 항일운동가, 광주 최초의 여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현덕신, 광주를 사랑한 푸른 눈의 선교사인 유화례와 서서평, 광주여고보 비밀독서회 소녀회의 일원으로서 광주학생시위를 지원했던 암성금자, 공예자수 예술가로서 작품이 일본에까지 수출되었던 최양수 등이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2019년부터 3개년 지속사업으로 광주여성사 통사 발간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1년 10월 '광주여성사III(현대편)'이 발간되면 역사적 조건 속에서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일구어온 광주여성들의 통사가 완성된다. 

김미경 대표이사는 “광주여성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성평등한 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는 일이자 우리 공동체를 만들어왔던 선배여성들과 미래세대 여성들과의 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향후 재단은 광주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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