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진 연속 회의 열고 수위 높은 자구책 모색
취재윤리 위반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PD수첩’ 파문이 MBC 방송사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MBC 내부 일각에서는 “사장이 퇴진하는 수준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상희)가 5일 MBC 최문순 사장을 출석시켜 긴급 이사회를 여는가 하면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사과성명을 내는 등 이날 MBC는 위기감에 빠진 모습이었다. MBC는 이날 하루종일 부사장 이하 임원과 각 국장단, 시사교양국PD, 노동조합 할 것 없이 긴급 대책회의를 갖느라 부산했다. 이런 가운데 ‘PD수첩’팀의 보도 의지와 보도국 등 타 부서나 임원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부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도 엿보이고 있다. MBC 주변에선 ‘MBC가 PD수첩을 버리고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PD수첩 최승호 책임PD는 이날 “잘못한 것은 분명히 시인한다”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남아있다. 이런 식으로 진실이 묻히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최PD는 “임원진의 방송 유보 결정에 이견이 많다”며 “황우석 교수팀 논문의 진위 문제를 다룬 취재내용은 보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최문순 사장 이하 임원진과 보도국 직원들은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이 사안을 MBC가 계속 끌고가기에는 역부족이며 조속히 봉합되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날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은 유보됐지만 문제는 과학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 MBC가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복수(複數)의 보도국 기자는 “많은 수의 MBC 기자들은 방송내용이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MBC 상층부가 PD수첩팀의 강압성 취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MBC 노조는 청와대쪽의 ‘취재과정 의혹’에 대한 발언과 관련, PD수첩팀에 취재경위 설명을 요청했고 노조는 이를 확인, 다시 회사측에 보고했다. 보고는 “PD수첩팀은 제보 등을 바탕으로 피츠버그대의 연구원을 협박(?)해 논문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고 인터뷰했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보고서는 일부에서 제기된 ‘협박’에 대한 해명성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MBC 임원진이 이를 통해 ‘강압성 취재’를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MBC는 창사 44주년 만에 최대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MBC 한 고위관계자는 “임원진이 연속 회의를 열고 수위가 높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사장 퇴진도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수렁에 빠진 MBC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5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긴급 이사회에서는 최문순 사장의 경위보고와 함께 그의 징계 및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최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PD수첩’ 방영시간인 오후 11시5분부터는 자연다큐멘터리 ‘공생과 기생’을 재방송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