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건강한 음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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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건강한 음주‘를 위하여

연말연초가 되면 평균 2~3건, 많게는 10건 이상의 송년회, 신년회가 기다리고 있다. 애주가들은 전날 마신 술의 양 자체를 가지고 자랑한다. 건배를 제의하는 경우에도 말은 “건강을 위하여” 하면서 한 방울의 술도 남김없이 이른바 원샷을 강요하는 비건강적인 행동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음주문화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술소비량도 독주를 기준으로 세계 1위일뿐 아니라, 간암사망률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여전히 폭탄주에 사발주가 만연하는 우리의 기형적 음주문화는 간 질환에 엄청난 악영향을 준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간염도 무시 못할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간염보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반면, 술로 인한 간 질환은 오히려 늘고 있다.

술은 물과 에틸알코올이 주성분이며, 음주 후 취하게 되는 원인은 알코올의 영향이다. 알코올 자체가 인체에 해로운 독극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나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식하게 되면 건강에 좋을 리 없듯이 음주도 양이 문제이다. 적당한 음주는 일상생활의 긴장완화, 스트레스 해소 및 수면에 도움은 물론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술 좌석에서 일부 애주가들은 좀 더 많은 술을 마시고 더 빠른 시간내 취기를 느끼기 위해 폭탄주·타이타닉주·회오리주·파도타기·노틀카 등의 온갖 술 마시는 방법을 동원하며, 술이 술을 마시다가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상황이 전개되는 일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흡연인 경우 적당 양이라는 것은 없으며 피우면 피울수록 건강에 나쁘다. 그러나 음주에는 적당한 양이 있다. 음주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체내의 술은 모두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성인 남자가 평균적으로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술의 양은 소주 2병 또는 맥주 4000cc 정도로, 알코올로 환산하면 160g 정도이다. 간에 손상을 주지 않는 양은 이것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건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 음주량의 산정은 개인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맥주 큰 병으로 2병 또는 소주 반 병 정도가 알코올 40g정도로 성인남자가 매일 마셔도 건강에 큰 무리가 없는 양이다.

여자인 경우 음주의 적당량은 남자의 절반 정도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 모임에서 1차에서 소주 1병, 2차에서 맥주 2병을 마셨다면 적어도 사흘은 금주해야 음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술을 마신 후에는 절대로 운전대를 잡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얼마만큼 마신 뒤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애주가라면 대부분 한두번 쯤은 해 봤을 것이다.

개인마다 많은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체중 70㎏인 성인 남자가 맥주 큰 병으로 1병을 급히 마신 후 약 40분이 지나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의 법적 처벌 기준인 약 0.05% 정도된다. 체내에서의 맥주 1병 정도가 모두 배출되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정도이다.

술고래나 애주가들을 보면 비만한 체격에 아랫 배가 많이 튀어나온 복부비만인 경우가 많다. 술 자체도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지만,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술판에서 끊이지 않는 안주는 과거 탁주(막걸리)에 김치 안주의 시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또 하나의 건강위험 요소이다. 종합건강진단 결과 가장 많이 발견되는 이상 소견은 위장질환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종합건강진단센터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살펴보면 4명 가운데 1명은 단순 위염에서부터 위궤양, 위암까지 앓고 있어 어떠한 형태든 깨끗한 위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위장질환이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비정상적인 음주문화와 함께 과식하는 회식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횟집에서 모임을 하는 경우 주요리인 회가 나오기까지 먹은 것만 하더라도 평소 양이 넘는데, 회는 물론이고 숨쉬기도 힘들 만큼 부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매운탕에 공기밥을 추가하는 회식 식사문화, 삼겹살이나 육고기가 주요리인 모임에서도 된장찌개에 공기밥이나 냉면으로 마무리하는 식사문화는 극히 일부 대식가를 제외하고는 위에 큰 부담을 주어 급기야 위장 질병이 발생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말연시에 피할 수 없는 모임에서 적당히 술 마시는 여러 가지 비법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정말 건강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 하나는 술과 담배를 같이 하지 않는 것이다. 폭음 후의 다음날 힘든 숙취는 술 자체보다는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이 피운 담배가 주범이다. 술을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도 많이 밝혀져 있다. 약간 취한 상태에서의 흡연은 평소보다 횟수도 늘지만 담배를 깊이 마시게 되므로 같은 양이라도 음주시 흡연은 훨씬 더 해롭다.

평소 하루 반 갑을 피우면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애연가라 하더라도 음주시에는 불과 몇 시간 내에 반 갑 정도의 흡연을 하게 되며 실제 인체 영향은 더 심해져 구역질은 물론 두통, 심장 두근거림 등 온갖 숙취 증상이 나타 날 수 있다. 흡연자가 건강한 음주법을 찾는 다면 적어도 음주하는 저녁만큼은 절대적으로 금연해야 한다.

원치 않는 송년 모임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계속되는 술 모임이 예정돼 있다면 하루 저녁에 소주 반 병 또는 맥주 2병 이내로 절주하여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간을 지켜야 하겠다.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횟집에서 매운탕, 고깃집에서 된장찌개에 공기밥까지 추가하는 과식 문화도 경계해야겠다.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이 기본이지만, 애연가인 경우에는 다음날 출근을 힘들게 만드는 음주중의 줄담배야말로 하나밖에 없는 자신 몸에 칼질하는 범죄에 가까운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반드시 따로따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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