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삼성 사장, '잇딴 구설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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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삼성 사장, '잇딴 구설수' 왜?

정치인 총재 추대 움직임 있었다 주장 제기돼 논란
 
김응룡 삼성 사장은 감독 시절 두가지 면에서 특히 남다른 평가를 받았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선수들의 이름값에 휘둘리지 않고 스타군단 해태를 이끌었고 비야구인들의 불필요한 간섭과 발호에도 본능적일 만큼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 선후배 야구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82년 출범부터 정치적인 논리로 탄생한 프로야구는 이후로 십 수 년간 정치인들의 뒷마당으로 여겨져왔다. 비야구인들의 논리가 야구판을 쥐락펴락하던 시절 야구인들은 김응룡 감독을 '저항'과 '순수'의 상징 쯤으로 바라봤다. 거칠긴 했지만 그의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선 야구인의 자존심이 묻어나왔다.

1년 전 김 감독이 야구인으론 처음으로 구단 사장에 임명됐을 때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모든 야구인들이 박수를 보냈다. 언제까지 비야구인들에게 끌려다니기 보다는 야구인 스스로 힘으로 서야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김응룡 감독, 김응룡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사임하게 된 배경에 김응룡 사장이 중심이 돼 정치인 총재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믿고 싶진 않지만 이미 상당 기간 야구판에 돌던 소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문이 사실이어도 사실이 아니어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김응룡 사장이 밀고 있다는 정치인은 김 사장이 감독 시절 그토록 혐오했던 '야구판을 넘보는' 비야구인이다. 반면 박용오 총재는 구단주 출신으론 처음으로 KBO 수장에 올라 지난 7년간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온 야구인이다. 단지 학연 때문에 임기를 4개월 남겨둔 박 총재를 밀어내고 정치인을 새 총재로 밀었다면 지금까지 야구인들이 알고 있던 김 사장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김응룡 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인 총재를) 추대하지 않았다. 최근에 그 분을 만난 적도 없다"고 소문을 부인하면서도 "요즘 같이 현안이 많을 때 능력있는 사람이 와서 잘 처리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이 역시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기대한 김 사장의 모습은 아니다. 혈기방장하던 감독 시절처럼 "도대체 그런 사람이 무슨 KBO 총재를 한다고 난리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진 못하겠지만 '정치인 총재 반대' 목소리를 조리있게 내주길 야구인들은 기대하지 않았을까.

김응룡 사장은 최근 "이대로 몇 년을 가면 프로야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김 사장이 지적한 대로 프로야구는 지금 위기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야구인들 모두가 힘을 합쳐야한다. 이유야 어쨌든 박 총재의 퇴진이 결정된 만큼 능력있는 인물을 새 프로야구 수장으로 추대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야구인이냐 비야구인이냐보다 중요한 건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인물을 찾아내 '프로야구가 없어질 수도 있는' 위기에서 프로야구를 건져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정치인은 야구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것은 물론 경영과도 무관한 인물이다. 김응룡 사장이 그 정치인을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칭한 것이라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치인 출신을 총재로 '모시면' 새 구장 건설 등 프로야구 현안들이 술술 풀릴 거라고 천진한 기대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치인 총재 추대에 앞장섰던 일부 구단주들과 사장들도 그 중 하나였다.

김응룡 사장도 감독 시절 그리도 못마땅하게 여겼던 '비야구인' 사장들의 모습을 어느새 닮아버린 것일까. 과거 김응룡 감독에 대한 기억이 강한 이들에게 김응룡 사장의 최근 모습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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