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권하는 공무원, 투기하는 지도층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투기 권하는 공무원, 투기하는 지도층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 단속결과로 본 '투기 공화국'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의 단속결과를 보면 전 국토, 전 국민에게 번지는 부동산 투기 열풍의 한가운데에 관련 공무원들의 묵인과 비호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획부동산 위주의 투기꾼들은 이들 공무원들과 결탁해 각종 개발 정보를 입수해 일반 국민들을 현혹했으며, 이런 투기붐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예외없이 말려들거나 끼어들어 판을 키웠다.

사회지도층도 투기붐엔 예외없어= 전라남도의 역점사업인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사업’(일명 J프로젝트)도 투기꾼들에겐 먹잇감이 됐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줄줄이 걸려들었다.

기획부동산업체인 O사 대표와 임직원들은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간척지 농지 19만평을 매입해 직원들 앞으로 명의신탁한 뒤 여러 필지로 나눠 법무사와 공무원을 통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부정하게 발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영암군 읍장(5급) 등 공무원은 이들의 투기 사실을 뻔히 알고도 허위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줬다. 이 업체가 이 땅을 450명에게 쪼개 팔아 거둔 전매차익은 200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는 대기업 임원과 대학교수, 전 고위직 공무원, 유명 프로축구 선수, 일간지 기자 등도 여럿 끼어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이들이 평당 13만?15만원이라는 고가에 땅을 산 것은 사실이지만 J프로젝트와 관련한 개발이 실제로 이뤄지면 투자이익을 올릴 수 있으리라고 판단해서 산 것이기 때문에 기획부동산업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관련해 농지법, 주민등록법 등 위반 혐의로 8명을 구속하고 2명은 수배조치를 내렸다.

서해안 개발로 투기꾼 몰려= 기획부동산업체인 A사는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와 은파유원지 일대에 펜션단지, 수상공원 등 대규모 위락시설이 건설된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273명으로부터 131억원을 끌어모았다.

이곳에 공동투자하면 매달 투자금의 2?5%를 선배당금으로 주고 약정기간이 만료되면 원금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개발이 완료되면 투자금의 20%를 준다는 감언이설로 이들을 꼬드긴 것. 피해자들은 11억원 전 재산을 투자한 사람도 있었고 30년간 재직하고 받은 퇴직금 3억원을 쏟아부은 전직 교사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쓰면서까지 투자금을 댄 가정주부까지 다양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해안시대 개막, 주5일제 시행 등으로 관광 및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기열풍이 새만금사업, 군장산업단지, 군산레저 등으로 주목받고 있던 군산의 대표적 미개발지인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까지 미쳤다”고 말했다.

개발 정보 유출, 인허가 편의 대가로 뒷돈= 건교부 5급 공무원 박모 씨는 성남 분당의 임야가 그린벨트 지역에서 풀린다는 정보를 부동산투기자에게 제공하고 1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충주시청 지적과 6급 직원 김모 씨는 기획부동산업체인 S레저 대표에게 충주시 이류면 8만여평 임야의 분할측량 및 지목변경을 신속하게 해주고 관련 감독업무를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900만원의 뇌물을 받은 뒤 1억원을 더 요구했다.

양산시청 민원지적과 7급 공무원 배모 씨는 그린벨트 지역 내에서 토지분할 허가 업무를 신속하게 진행시켜 주는 대가로 3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화성시청 도시계획과 및 건설과 공무원 6명은 화성시 봉담읍 일대가 도시개발지구로 지정되고 곧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같은 시청 공무원들과 인근 토목측량 설계사무소 직원들과 결탁했다.

인근 임야 1만1000여평을 21억원에 공동매입한 이들은 도로와 연접해 있어 이 땅의 형질변경이 어렵자 담당 공무원들을 매수해 형질변경을 받은 뒤 설계사무소 대표 차모 씨의 부인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평택시 산업건설위원회 시의원인 황모 씨는 설계사무소 대표로부터 평택시 팽성읍 토지 2500여평의 형질을 농지에서 창고시설로 바꾸도록 담당 공무원을 매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200만원을 받아 알선뇌물수수죄로 구속됐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