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열풍과 미디어 환경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격투기 열풍과 미디어 환경

순간 시청률 무려 22.78%까지 올라 사상 최고 기록
 
이종격투기는 지상파에서는 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케이블TV에서는 폭발적 인기다.

지난 19일 열린 최홍만과 본야스키의 K-1 월드프리미어 8강전은 케이블 TV와 위성 방송 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 ESPN에서 생중계한 이 경기는 순간 시청률이 무려 22.78%까지(TNS미디어코리아) 올라 케이블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케이블에서 이종격투기의 엄청난 인기는 이제 역으로 지상파로 올라오고 있다.

‘맨발의 청춘’, ‘이 죽일 놈의 사랑’ 등 드라마의 주인공이 이종격투기 선수로 나오는 것은 이제 흔한 현상이 됐고, 고소영과 윤태영도 이종격투기와 관련된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성진 등 가수들은 뮤직비디오에 이종격투기를 차용하고 있다.

리얼리티쇼와 함께 케이블 TV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인기는 일차적으로는 경기 자체의 내재적 속성에 기인한다.

인간의 원초적, 야수적 본능을 자극하는 공격성을 대리만족하게 해주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겠다.

이종격투기 주시청자를 성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남자 10대와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며 10~20대 여성도 적지 않다.

이는 이종격투기의 폭력성을 받아들이는 신구세대의 차이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중년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여겨 거의 이종격투기를 보지 않는다.

반면 신세대 이종격투기 마니아들은 생각만큼 잔인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기규칙을 전혀 모른 채 그냥 본 사람은 이종격투기가 엄청나게 화끈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프라이드 등은 바닥에 누워 서로 힘씨름하다가 관절만 꺾으면 한 순간에 경기가 끝나는 등 싱거운 면도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종격투기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 등은 나약한 현대인이 충분히 배울만한 속성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종격투기의 인기는 한국 미디어가 처한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케이블TV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년 동안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지상파의 ‘종합선물상자형’ 편성의 공세앞에 차별화를 이루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지상파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최근 1~2년 사이에 인터넷과 케이블, 위성방송, DMB, IP-TV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가 수백억대의 적자를 보는 게 현실이 됐다. 이종격투기의 이상과열은 한국 미디어 환경이 처한 지각변동기에 형성된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종격투기 경기는 비록 오락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일본이나 미국에서 자막과 소리(소음), 음악 등의 기술적 코드를 섞어 자국의 시각으로 ‘드라마화(Dramatize)’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체 콘텐츠의 개발 없이 미디어를 통해 변형된 ‘수입폭력상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중동전을 CNN을 통해서만 인식하는 것 처럼 위험한 면도 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