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쓴소리'에 교수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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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운찬 총장 '쓴소리'에 교수들 '발끈'

인문ㆍ사회대 교수들 비판 대상… "정 총장이 '침소봉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최근 서울대 일부 교수들의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퍼부은 것과 관련, 22일 상당수 교수들이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 총장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주일에 한번 학교에 나오거나, 수업은 소홀히 한 채 주중에 골프를 치는 교수가 서울대에 있다"며 이런 교수들을 기사로 비판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정 총장은 이날 인문대, 사회대 교수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자 이들 교수는 "일부의 이야기를 정 총장이 '침소봉대'하고 있다"면서 "어린아이들도 아닌 전문가 그룹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회과학대학의 A교수는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절대적으로 교수 인원이 적은 상황에서 연구와 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라는 주문은 솔직히 좀 섭섭하다"고 말했다.

B교수는 "일부 연배 높은 교수들은 노는 것이 아니라 교내 보직이나 각종 사회단체활동 등으로 바빠 그런 것"이라고 해명한 뒤, 정 총장의 발언이 "젊은 교수들까지도 같은 부류로 매도되는 것 같아 언짢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C교수는 "정총장이 그런 비판을 하기 전에 교수를 더 충원해서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일이나 잘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D교수 휴게실에서 만난 교수들은 "우리가 어린아이들도 아닌데 기자더러 야단쳐달라고 말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겠느냐"면서 "교수들은 전문가 그룹이다. 아무리 총장이지만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문대학의 한 교수는 "신문을 보면서 본인이나 주변의 동료교수들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 그저 웃고 넘어갔다"며"총장이 관리자의 입장에서 한 발언을 가지고 언론이 과대포장한 것 같다"고 평가 하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장호완 회장(자연대, 지구환경)은 "이 문제는 총장이 직접 해결해야 할 책무이지 언론에 흘릴 일이 아니다"면서"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장회장은 이어 "인문 사회대학 교수들 중에는 학문의 특성상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서울대 모든 교수들이 주중에 골프를 치고, 일주일 내내 거의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김상곤 위원장(한신대.경영학)은 "예전에 비해 교수들의 교육, 연구, 사회봉사 등 노동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교수가 어디에 있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연구나 교육을 소홀히 하면서 연구실을 비우는 것은 문제지만, 이 같은 문제를 언론에 일방적으로 흘려 더 크게 확대시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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