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전교조와 '각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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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전교조와 '각인 현상'

기러기, 오리 등 조류에는 ‘각인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갓 부화했을 때 특정 사물을 일정 시간 보여주면, 그 사물을 어미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매년 미국 위스콘신주 네세다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 벌어지는 북미흰두루미 이동 작업에도 각인 현상이 이용된다. 희귀 철새인 북미흰두루미 새끼가 부화할 때 프로펠러 소리를 들려주는 등 경비행기를 어미로 각인시킨다. 가을이 깊어져 월동지로 이동할 때가 되면, 두루미 떼는 어미로 인식한 경비행기를 따라 길을 잃지 않고 따뜻한 플로리다 연안으로 날아간다.

조류의 각인 현상과는 다르지만, 사람에게도 유사한 현상이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보고 들은 일이 성인이 된 뒤의 성격이나 가치관 형성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지식과 행동의 학습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무엇을 보고 듣는지, 어떤 공부와 체험을 하는지, 어떤 교사로부터 교육을 받는지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예로부터 교직을 성직으로 일컫기도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직분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능력이 크게 부족한데도 교단에 선다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학생들에게서 빼앗는 몰염치한 짓이다. 학생들에게 비뚤어진 가치관이나 편향된 사회 인식을 심어준다면, 제자들의 장래를 어두운 길로 이끄는 것과 다름없다. 교사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막가파식 행동이나 염치와 양심을 저버린 부도덕한 행위는 물론 교양 없는 언행까지도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빗나간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그런 교사는 법률적으로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도 사실상 범죄자인 셈이다. 그것도 개인에게 일회성 피해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 단순 절도나 단순 폭행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가치관, 올바른 판단력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실력을 쌓을 수 없도록 훼방을 놓는 행위는 학생 개개인의 장래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쇠고랑을 차게 되지는 않는다고 해서 남의 물건을 훔쳐 쇠고랑을 차는 행위보다 해악과 범죄성이 덜하다고 할 일은 결코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교사들이 자신의 학습 지도 능력과 함께 가치관, 인격 등이 학생 개인의 장래는 물론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되새겨본다면, 그 책임감의 무게에 눌려 밤잠을 이루기 어려울 법하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 과연 교사들은 그 책임감을 절감하며 제자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노력하는가. 건강한 시민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돼야 할 학생들에게 직·간접으로 본받을 만한 언행을 보이고 있는가. 밖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아도 그런 교사들이 드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교사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학교 교육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수시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반(反)교육적 행태에 묻혀 눈에 띄지도 않는다.

국민의 80%가 찬성하는 교원평가제, 그것도 인사고과 반영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채로의 시범 실시조차 무산시키기 위해 교육청 점거와 협박성 전화를 하는가 하면, 삭발로 투쟁 의지를 과시하는 등의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행태는 많은 사례들 중에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전교조의 목소리 높인 주장에 각급 학교 교장들은 물론 정부의 교육정책마저 휘둘리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교육 권력화한 공룡이라거나, 순수한 교사단체라기보다 집단이기주의에 중독된 채 자신들의 행태가 얼마나 추한지도 모르는 시대착오적 이념운동 집단이라는 일각의 비판까지 나온다.

전교조 교사들은 걸핏하면 집단의 힘을 앞세운 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왜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들에게 자녀 교육을 맡기지 않으려고 하는지, 자신들이 학생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서부터 우선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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