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 9단, 베트남 신부 맞았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서봉수 9단, 베트남 신부 맞았다

 '반상의 고독한 승부사' 서봉수(51)9단이 나이 어린 베트남 처녀를 신부로 얻었다.

서9단은 지난 10월 18일 베트남 남부 팡티엣 지역 농촌 가정의 장녀인 람티히 무아(22)와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달 하순 입국한 신부와 서9단은 서9단의 경기도 안양 오피스텔 전세방에서 신방을 차렸다.

서9단은 그러나 자신의 결혼 사실을 아직 동료 기사들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외부의 시선이 생각보다 따가웠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가 이를 눈치채고는 나를 부르더니 '바둑계의 위신과도 관계되는 문제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더라"면서 "안 그래도 바둑계에 누가 될까봐 베트남으로 이민을 가서 살 생각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서9단은 지난해 5월 부인과 이혼한 뒤 1년반을 혼자서 살아왔다.

두 자녀(1남1녀)도 부인이 데리고 있다.

이혼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 그는 빈손으로 집을 나왔다.

계가에 밝은 바둑 고수지만 세상 물정에는 어두운 그는 그동안 적지않은 상금 수입을 올렸으나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혼자 지내는 생활이 길어지니까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나이가 들고 재력없는 나와 결혼할 여자는 찾기 힘들었고, 그래서 국제결혼정보회사의 사장으로 있는 팬의 도움으로 베트남 여자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이후 서너차례 베트남을 오간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서9단은 "신부는 배운 건 없지만 순수하고 진실한 여자"라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나는 그를 사랑하며, 함께 사는 게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사람은 현재 TV와 사전을 통해 한국말을 배우고 있으며, 국내 사정에 좀 익숙해지면 학원 등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한국말을 익힐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는 서9단은 "나 하나만 믿고 머나먼 이국땅에 온 신부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바둑을 열심히 두고 돈도 벌겠다"면서 "승부사 서봉수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30여년 전 19세의 젊은 나이에 당시 무적으로 군림했던 조남철9단을 꺾고 명인에 오르며 혜성처럼 바둑계에 등장한 서9단은 이후 조훈현9단과 국내 타이틀을 양분하며 15년에 걸친 '조(曺)-서(徐)시대'를 구가했다.

'잡초류''된장 바둑'으로 표현되는 생명력 넘치는 바둑으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최근에는 신예 기사들에게 밀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