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아르헨티나 과거사규명 공감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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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대통령, 아르헨티나 과거사규명 공감표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기자 = 아르헨티나를 방문중 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5일(한국시간 16일) 아르헨티나의 과거사 규명 노력과 관련, 두차례에 걸쳐 언급을 해 관심을 끌었다.

첫번째는 국회의사당 `에바 페론'룸에서 다니엘 오스발도 시올리 부통령 겸 상 원의장, 에두아르도 오스카르 카마뇨 하원의장을 만난 자리에서였고, 두번째는 네스 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 내외가 초청한 공식만찬 석상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상.하원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경험이 한 국과 매우 비슷한 면이 많고, 특히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추진하는 과거 국 가의 불법행위, 묻혀져 있는 역사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있다는 점이 그렇다"며 "저 도 (과거사 청산을) 함께 추진하고 있고, 관심도 높고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만찬석상에서 "과거사 청산 등의 개혁정책도 큰 성과를 거두 고 있다고 들었다"며 적잖은 관심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이 이번 순방국인 브라질과 칠레도 과거사 규명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만 유독 아르헨티나에 관심을 표시한 것은 단순히 첫 방문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 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브라질과 칠레의 경우 군부 등의 반발을 감안, 과거사 진상규명에 소극적이거나 근본적 진실규명보다는 과거의 상처 치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군부독재 기간에 저질러진 살인과 고문, 납치, 실종 사 건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국민화합법'을 폐기하는 등 국내 보수파들과 정면 대결 을 벌이면서까지 과거사 청산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 을 주었을 법하다.

이른바 세나라 모두 2000년 이후 좌파정권이 등장,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자행 됐던 의문사 사건 등에 대한 과거사 청산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아르헨티나가 유일하 게 `역사바로세우기'에 적극적라는 것이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알폰신 전 대통령 집권 기간에, 군사정권때의 호르헤 비델라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되고 납치.고문에 개입한 연방경찰 간부와 군정 관계 자들에게 유죄가 내려지는 등 단죄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들 조치는 군부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고, 결국 알폰신 전 대통령은 86 -87년 인권침해 면책법인 `의무복종법'과 `최종해결법'을 제정했으며, 알폰신에 이 어 집권한 메넴 전 대통령은 90년말 "아픈 과거를 잊자"며 군 관계자들을 대거 사면 했다.

하지만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군부와 보수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해 이들 사 면법 폐기의 국회 통과를 이끄는 등 군사정권 당시 `부도덕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회수'하고 나선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한 전문가는 "대법원의 최후 판정이 남아있지만 이제 군부독재 시 절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이들에 대한 심판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과거사 규명을 추진중인 노 대통령이 과거 군사 정권에 의해 얼룩진 군부를 혁신하겠다며 과거사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키르츠 네르 대통령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역사읽기'를 통해 과거사 규명에 대 한 의지를 새삼 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cbr@yna.co.kr

uni@yna.co.kr

kbeom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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