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영석씨 '북극점' 밟았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악인 박영석씨 '북극점' 밟았다

3극점 정복...세계 첫 산악그랜드슬램 위업 달성
 
산악인 박영석(42)씨가 1일 오전 4시45분(한국시간) 북극점을 밟으면서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3월9일 홍성택(39) 오희준(35) 정찬일(25)씨 등 3명의 대원과 함께 캐나다의 워드헌트를 떠나 본격적으로 탐험길에 나선지 54일만의 일이다.

산악그랜드슬램이란 히말라야의 8000m 이상 고봉 14개와 세계 7대륙의 최고봉, 그리고 북극점을 포함한 지구 3극점을 모두 밟는 것을 일컫는 말로 지금까지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1993년 에베레스트에 처음 오르면서 산악그랜드슬램에 도전장을 낸 박씨는 히말라야 14개봉을 8년만에 정복한 데 이어 2002년 11월에는 남극 최고봉인 빈슨매시프(4897m)에 올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완등했고 곧바로 남극점과 북극점 도전에 나섰다.

박씨는 2003년 2월 북극 도전에 나섰지만 4월말 악천후와 부상으로 인해 원정길 절반 정도를 남겨두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때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박씨는 이번 원정에 옷과 신발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고 결국 2년전 아픈 기억을 딛고 북극점 도달에 성공했다.

한편 박씨는 북극점에서 비행기를 통해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뒤 오는 12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
54일간의 사투…북극점 등정
‘산악그랜드슬램’ 달성 박영석
 

“GPS를 보며 북위 90도에 3m,2m,1m로 다가서는 순간 다리가 떨렸습니다. 엉엉 울기도 하고 고함도 많이 질렀습니다.”

1일 오전 4시45분(한국시간) 3명의 대원과 함께 영하 50도의 혹한과 눈보라를 뚫고 북극점을 밟으면서 역사상 어느 누구도 이뤄내지 못했던 ‘산악그랜드슬램’의 대위업을 달성한 박영석(42)씨. 2003년에 두번째로 북극점 정복에 나선 그는 “나를 괴롭힌 것은 북극의 악천후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북극점을 밟았다”고 기뻐했다.

육지가 끝나는 북위 83도의 캐나다 워드헌트에서 북극점까지의 거리는 775㎞. 그러나 박씨를 비롯한 원정대가 실제로 걸은 거리는 3배에 가깝다. 리드(얼음이 갈라져 바닷물이 드러난 곳)와 난빙대(얼음산),크레바스(빙하지대의 갈라진 틈) 등을 피하다 보니 2000㎞를 더 에두른 것이다.

여기에 각자 100㎏의 썰매를 끌고 영하 40∼50도의 강추위와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인 블리자드를 뚫다보니 대원 대부분은 얼굴과 손발 등에 동상을 입는 등 몸상태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설맹 증세와 부족한 식량조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박씨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워드헌트를 출발한 지 54일 만인 1일 새벽. 박씨는 북극점인 북위 90도 지점을 밟으면서 그동안 히말라야와 남북극,대륙별 최고봉을 오르면서 느꼈던 기쁨과 좌절의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993년 아시아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박씨는 2001년 7월22일에는 우리나라에서 엄홍길씨에 이어 두 번째,세계에서는 9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을 모두 완등하면서 산악그랜드슬램 달성을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 박씨는 이듬해 11월24일 남극 최고봉인 빈슨매시프(4897m) 정상에 오르면서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완등하는 등 일찌감치 산악그랜드슬램을 예고했다.

“힘든 탐험길을 군말 없이 따라준 대원들과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힌 박씨는 “북극점 도달과 그랜드슬램 달성 소식이 국민들이 힘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963년 서울 태생으로 오산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박씨는 엄홍길씨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으로 2003년엔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기도 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