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영재육성 위한 교육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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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영재육성 위한 교육정책 절실

1960년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에 꼬마 신동이 나타났다고 해서 국내는 물론 일본의 저명한 TV방송들조차 그를 초청해 방영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이전의 어린 아동이 대학 강의실에 앉아 대학생들과 함께 물리학 강의를 듣고 영어와 독일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그 천재 소년이 훗날 국내 TV 뉴스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이 땅의 평범한 대입 재수생일 뿐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가 그 동안 타고난 천재(天才)를 범재(凡才)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요즈음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천재 소년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다. 매스컴이 전하는 그의 영재성은 구구단을 배운 지 7개월 만에 미·적분을 풀고, 초등학교 과정도 국내 최단기간인 3개월 만에 끝냈다고 한다. 남들 같았으면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어린 나이에 정보처리기능사 자격까지 취득했다니 훗날 그의 역할과 기대가 클 법도 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어린 천재와 부모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법과 제도의 굴레 때문에 심한 마음고생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법 규정을 내세우는 공립학교 취학을 포기해야 했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려 했지만 만 12세 이전까지는 검정고시를 볼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그 기대마저 접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사립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아 3개월 만에 초등학교 과정을 끝낼 수 있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졸업을 기다리던 그 어린이에게 졸업은커녕 입학 자체도 무효라는 관계 당국의 유권해석이 내려졌던 것이다. 그의 부모가 법정싸움을 통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 이제 초등학교 졸업은 할 수 있게 됐지만 이미 중학교 진학 시기를 놓쳐 버린 뒤였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얼마나 경직된 규범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오늘날 세계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교육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인적자원개발회의’가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3월부터는 영재교육진흥법이 시행되어 제도권 속에서 영재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터전도 마련되었다.

이쯤해서 우리는 선진국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어린이들의 교육은 물론, 혹시라도 열악한 가정 배경 때문에 소외된 영재들이 없는지 국가가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재입국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텔아비브대학에 부설 영재교육센터를 마련해 여름방학 동안 이런 아동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은 1988년 연방정부가 나서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영재들을 발굴하고 교육하기 위한 법(Jacob Javits Gifted and Talented Students Education Act)을 제정해 특별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영재교육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의 경직된 기존 잣대에 좀더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인적자원개발회의 의장인 교육부총리의 권한 발휘가 필요해 보인다. 다양한 사안들을 기존 법령으로 규제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인슈타인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과연 우리 사회의 영재들은 언제 쯤에나 자신의 타고난 능력이 사회의 기존 제도나 규정에 의해 속박 당하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의 영재들이 이제 더 이상 법정투쟁과 같은 마음고생을 하지 않도록 보다 유연한 영재 교육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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