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에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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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 교황에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

"베네딕토 16세"로 이름 정해
 
독일의 요제프 라칭어(78) 추기경이 19일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에 선출됐다.
새 교황은 교황의 이름으로 베네딕토 16세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라칭어 추기경은 호르헤 메디나 칠레 추기경이 새 교황의 이름을 발표한 뒤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교황으로서 첫 축복을 내렸다.
새 교황의 고향인 독일 트라운스타인에서는 라칭어 추기경이 다닌 성 미카엘 신학교에 학생들이 모여 새 교황 선출을 축하했다.

지난 2일 선종(善終)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는 18일 전세계 6개 대륙을 대표하는 추기경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추기경들은 18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 시스티나 성당에 입장해 교황 선출과 관련된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한 뒤 콘클라베에 들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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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라칭어는
흰연기 타고 온 ‘정통 가톨릭 수호자’
“해방신학은 공산주의 물든 사상” 반대
록 음악도 “원초적 열정의 표현” 배격
요한바오로 2세가 “믿는 친구”라 불러

‘가톨릭 정통 교리의 수호자’ ‘요한 바오로 2세의 오른팔’ ‘하느님의 충복(忠僕)’…. 19일 새 교황으로 선출돼 베네딕트 16세로 이름을 정한 요제프 라칭거(78) 추기경에게 늘 따라 붙는 호칭들이다. 이들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새 교황은 천주교계에서 보수 진영을 대표한다.

새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치하에서 최고의 신학(神學) 이론가 역할을 했다. 라칭거는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석한 115명의 추기경 중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하지 않은 3명의 추기경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1년 천주교 교리를 책임지는 바티칸내 장관에 임명됐고, 전(前) 교황은 그를 “신뢰하는 친구”로 불렀다.

그래서 특히 요한 바오로 2세의 말기에는 비판 세력으로부터 교황청을 실제 움직이는 ‘부(副)교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런 영향력과 전 교황과의 친밀성으로 인해 18일 콘클라베 회의 시작 이전부터 라칭거 새 교황은 차기 교황 0순위로 꼽혔다.

라칭거는 1927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마르크틀 암 인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경찰관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소년 시절 의무 가입해야 했던 나치의 청소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의 대원이 됐고, 신학교에 다니던 시절인 2차대전 말기엔 독일 나치의 방공포대에 징집됐다. 이 탓에, 나치에 소극적이나마 협조했다는 ‘전력(前歷)’이 늘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하지만 베네딕트 16세의 지지자들은 이 시기의 경험이 그에겐 교회가 진리와 자유를 위해 맞서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바오로 6세에 의해 1977년 6월 추기경에 임명됐다.

새 교황의 그간 행적을 보면, 보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추기경 시절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허용은 “큰 실수”라며 반대했고, 빈곤 격퇴를 위한 남미의 해방신학을 공산주의에 물든 사상이라며 배척했다.

여성의 사제 서품이나 동성애 결혼, 사제들의 결혼, 종교적 다원주의도 단호히 반대했다. 작년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는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성찬 의식을 베풀지 말라는 권고문을 미국 주교에게 보냈으며, 이는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그는 록 음악을 “원초적 열정의 표현”이라고 배격했다.

그만큼 그는 가톨릭 교계 내부에서 제기되는 변혁의 목소리에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교황청 주변에선 사후 천국에 간 라칭거에게 하느님이 처음엔 “네 생각이 틀렸다”고 말했지만, 이후 라칭거와 밀실에서 토론을 벌인 뒤 울면서 나와 “어떻게 내가 이렇게 틀릴 수 있었느냐”고 탄식했다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그러나 가톨릭계의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낸 탓에, 교계의 진보주의 진영에서는 그의 교황 선출로 가톨릭계가 더욱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새 교황 베네딕트 16세는 78세로 고령이어서, 직전의 요한 바오로 2세가 58세에 교황이 된 뒤 매우 정력적인 활동을 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그의 치세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과도기적 교황’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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