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뭐 큰 명예라고… 집안망신 당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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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장관이 뭐 큰 명예라고… 집안망신 당할라

 김완기 인사수석 “이런 분위기선 싫다며 여럿 고사”
 “개발시대 산 50~60대 흠없는 사람있나” 의견도

청와대 김완기(金完基) 인사수석이 28일 “50~60대 중에 (장·차관) 안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 얘기는 지금 우리 사회의 특이한 현상이다.

◆“이런식이면 누군들 버티겠나”

청와대에서 인사 업무를 관장하는 수석비서관이 공식 석상에서 이런 얘기를 한 것은 물론 전에 없던 일이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가 물러난 뒤부터다.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때만 해도 “우리가 너무 둔감했나”라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헌재 전 부총리 때부터는 “이런 식이라면 누군들 버티겠느냐”는 얘기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김완기 수석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와의 별도 전화통화에서 “실제 고사한 분이 여러 명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 분들이 무슨 뚜렷한 흠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조그마한 문제 때문에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 수석은 “장관이 뭐 큰 명예라고 했다가 집안 전체가 이상하게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성직자나 공직자 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로 2~3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다”며 “요즘 문제를 주로 제기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30~40대니까 무관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젊은이들의 회사 간부나 집안 가장들 일”이라고도 했다.

정찬용(鄭燦龍) 전 인사수석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정 수석은 전화통화에서 “공직을 맡을 사람 스스로 도덕적 관리를 엄정하게 하게 된다는 흐름으로 보면 좋은 일”이라면서 “그러나 50~60대 치고 나처럼 시골에서 지낸 사람을 제외하면 자녀 때문에, 또는 가지고 있는 돈을 땅에 투자하려고 해 본 일이 없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관리비서관 출신인 권선택(權善宅) 열린우리당 의원은 “50~60대는 개발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에게 요즘의 도덕적 잣대를 똑같이 대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했다.

◆도덕 검증 통과 극소수

김대중(金大中) 정권 시절인 2002년 7월 총리인준안이 국회 인준청문회에서 부결된 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평생 학계에서만 지낸 분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 안심했는데…”라고 했었다. 그는 “총리 후보로 30명 이상을 검증했는데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말한 바도 있다. 또 재야 활동 경력이 많은 여성계의 한 유력인사를 장관으로 쓰려고 보니 부동산에 문제가 많아 임명을 포기한 일도 있었다.

청와대측의 기본 인식은 1970~90년대 개발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경우는 청탁(淸濁)이 거의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소 탁하다고 해도 눈감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인식이다. 청와대 이런 인식은 물론 초기와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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