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공화국' 양성우 시인 학교복직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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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겨울공화국' 양성우 시인 학교복직 무산

권리회복 위한 관련 자료부족 등 이유로 사실상 복직결정 거부

학법인인 죽호학원 이사회

 30년전 교사신분으로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시(詩)를 낭송했다가 파면당한 양성우 시인(62)의 학교복직이 끝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학법인인 죽호학원(이사장 안준)은 지난 25일 8명의 이사 중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1975년 중앙여고 교사시절 해직된 양 시인의 복직문제를 논의했으나, 권리회복을 위한 관련 자료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복직결정을 거부했다.

 '복직을 위해서는 징계 당시 자료가 필요하지만, 시간이 너무 흘러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사회는 복직거부 결정 후 이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에 공식 통보했다.

 보상심의위원회측이 지난해 12월 28일 '민주화운동을 하다 해직된 관련자에 대한 명예회복 차원에서 복직 권고를 적극 수용해 달라'는 공문을 광주 중앙여고에 보내온 지 꼬박 3개월만의 일이다.

 학교와 법인 관계자는 "당사자에게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사회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징계 당시 자료부족과 교원 과원문제 등이 이유지만 이면에는 복직후 학교와 법인측이 부담해야할 적잖은 보상금과 다른 해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보상심의위원회의 복직 권고가 단순 권고수준일 뿐 법적 구속력을 전혀 지니지 못하고 있는 점도 복직 거부가 가능했던 한 요인으로 보인다.

 해직 30년만에 찾아든 복직 기대가 끝내 무산됨에 따라 양 시인의 명예회복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민족문학작가회의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양 시인의 복직은 교육계 차원에서 보면 과거사 청산문제나 다름없다"며 "법인과 학교측이 현실적인 문제와 이후 파장 등을 우려해 복직 거부 방침을 정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함평 출신인 양 시인은 1975년 2월12일 광주YWCA 주최로 열린 '민청학련 관련자들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에서 유신정권의 폭정을 빗댄 저항시 '겨울공화국'을 낭송했다가 같은 해 4월 12일 교직에서 파면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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