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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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화갑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예방

17일 오후 4시 김대중도서관

  새천년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17일 오후 4시 신낙균 수석부대표, 조한천 사무총장, 김효석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과 함께 김대중도서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 약 1시간 동안 북핵 해법과 민주당의 나아갈 길 등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은 2.3전당대회 직후부터 ‘해공 신익희-유석 조병옥-운석 장면-해암 박순천-금연 정일형 선생’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선대 지도자들의 묘소를 참배하여 ‘뼈대 있는’ 정당임을 보여준 데 이어, 오늘은 ‘살아 있는 역사’ (living history)인 후광 김대중 선생을 방문함으로써 당의 정통성 확립과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 다음은 유종필 대변인이 밝힌 대화 요지

▷한화갑 대표 : 2월3일 전당대회 치르고 이틀 뒤 도라산역을 방문하여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그 이틀 뒤 민주당의 역대지도자 묘소를 참배하고 민주당의 법통 계승을 확인했다. 그리고 오늘 찾아뵌 것이다. 대통령께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여 지금의 노무현 정부도 그것을 따르고 있다.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 : 전대 치르느라 수고 많았다. 이번에 북한이 한일은 뜻밖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포기하려 하는데 미국이 왜 북한의 안전보장을 하지 않는가’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해결책은 그것밖에 없다. (북핵 포기와 북한의 안전보장, 이 두 가지를 일괄타결해야 한다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일관되고도 확고한 입장임 : 유종필의 해설) 북한이 정당한 이야기를 6자회담에 참여해서 하지 않고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번 북한의 행위는 미국과 일본의 강경파에게 큰 구실을 주었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북한의 주장은 옳은데 방법은 잘못되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한화갑 대표 : 미국과 한국이 중국에 매달리는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 : 매달린다고 볼 수도 있고 잘못되면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미루려는 뜻인 것 같다.

▷한화갑 대표 :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의 업적이 높게 평가되는 것 같다.

▷김효석 정책위의장 : 4대개혁입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고 분열되었다. 대통령께서 역할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여당에서 무리하게 처리 안하고 있어 다행이다. 사립학교법 등을 무리하게 처리하면 정권에 도움이 안 되고 국가적으로 불행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 : 열린당 젊은 초선의원들이 처음에 4대법안을 밀어붙이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안 그런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이제 정치를 좀 배운 것 같다. 내가 그 많은 시련과 음해, 박해를 받으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은 결국 국민의 동정과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국민께 감사한다. 나는 한번도 국민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누구나 국민이 중요하다 하면서 자신의 이해관계와 안위가 부딪히면 그렇게 하지 않게 된다. 늘 국민의 뜻을 살피고, 국민이 이해를 못하면 국민을 설득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일시적 좌절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

▷신낙균 부대표 : 선대 지도자들의 묘소를 참배하고 대통령께 인사드리러 오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민주당이 정통성을 계승하는 정당이고 대통령의 유일한 적자로서 역할을 하고 가끔 찾아뵙겠다.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말씀 듣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 : 정치인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가 중요하다. 나는 이미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 대통령 퇴임 때 일체의 정치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러분들이 내가 일생을 살아온 것을 보고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라. 역대 지도자들 묘소참배는 참 잘한 일이다. 민주당 창당이후 50년이 넘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이 없었다. 선배들의 업적을 훼손하지 않고 잘 해결해 나갈 방법을 잘 찾아보아라. 나를 찾아온 것이 단순히 정통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반성도 해야 한다.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아라.

▷한화갑 대표 : 솔직히 우리는 대통령을 의지하고 싶다. 그러나 대통령을 우리 몫이라고 하면 그게 누가 될지 모르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 : 누가 되지 않는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누구를 존경하고 배운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내가 정치개입을 안하는 것은 이해해주기 바란다. 여러분과 내가 반세기 동안 함께 정치를 해왔는데, 내가 정치하는 것을 봐 왔으면 거기서 배우고 뼈를 깎는 반성도 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을 버리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역사에 민주당 같은 정당이 어디 있느냐. 민주당은 창당 이래 3대 업적이 있다. 첫째는 이승만 독재에 반대하여 민주주의를 쟁취하였고, 둘째는 관치경제에 반대하여 시장경제를 일으키고, 셋째는 북진통일에 반대하여 평화통일정책을 정착시키고 이어온 것이다. 민주당이 50년 동안 이 3대원칙을 지키고, 그 바탕에 대한민국의 국기를 세웠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훌륭한 정당이 어디 있는가. 여러분이 잘 발전시켜 달라.

▷조한천 사무총장 :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시면 모두가 자리 잡고 안정될 것이다. 계신 자리가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 : 내가 여간해서 정치 이야기 안하려는데, 워낙 나라 걱정이 많이 되어서 전번에 간접적으로 한마디 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한다. 국민보다 반발만 앞서가라. 국민의 손을 놓고 혼자만 가면 실패한다. 국민이 이해를 못하면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

▷한화갑 대표 : 지금 하신 말씀이 보통 말씀 아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길을 제시해 달라. 우리도 반성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과거 민주당의 번영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정말 고심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해지면 약한대로 최선을 다하고 권력을 놓으면 놓은 데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다. 나도 성격이 용감하지도 못한데, 해야 할 일이니까 한 것이다. (목숨을 건 민주화투쟁을 말함) 소소한 이해관계에 매달려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된다. 일본이 IT분야는 한국에 10년 뒤졌다고 인정한다. 국민의 정부가 한국을 IT강국으로 이끈 결과이다. 현대차가 2~3년이면 도요타를 따라잡고 삼성전자는 이미 소니를 능가했다고 일본사람들이 말한다.

▷김효석 정책위의장 : 지도자가 국가의 비전을 어디로 잡느냐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한다. 당시 어려울 때 비전을 잘 잡으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 : 조선, 자동차도 디지털화해서 첨단기술과 접목했기 때문에 큰 발전을 이뤘다. 제조업은 중국과 베트남의 추월을 많이 받지만 첨단기술은 우리를 못 따라온다. 중국 일본이 우리를 못 따라오는 분야가 문화 콘텐츠이다. 일본의 한류열풍, 중국 국민 중 1억명이 한국 드라마를 본다. 2000년간 우리가 조공 바치던 중국과 식민지배했던 일본이 한국문화에 심취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한류의 뿌리는 우리의 문화저력이다. 유교 불교를 중국에서 들여왔지만 한국화 했다. 화엄경을 들여와 원효가 주석을 단 것이 중국에 역수출되어 원효화엄경으로 불리웠다. 주자학이 들어와 조선유학으로 발전되었다. 퇴계학을 세계 20개 국가가 매년 모여서 연구 토론한다. 고려 광종 때 과거제 시행이 오늘날까지 지식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서 한류를 만든 것이다. 국민의 정부 때 일본문화를 4차까지 개방했다. 우리가 개방하니 일본도 개방하여 한류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점을 국사에 참고하라.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문화분야는 돈을 지원하되 간섭을 말라’고 늘 말했었다. 문화는 창의력이 생명인데 간섭하면 죽는다. 영화산업에 1500억을 지원했고 문화예산이 총예산의 1%가 넘은 것이 국민의 정부 때 처음이다. 지난번 어떤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신상옥 감독이 어떤 상을 받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아야 할 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지원과 방침이 없었다면 ‘실미도’는 국보법에 열 번이나 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전교조가 너무 평준화에 매달리는 것 같다. 평준화는 산업사회에서의 일이고 지식사회에서는 빌 게이츠 같은 천재를 길러야 한다. 한명의 천재가 500만, 100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다. 민노총도 우리가 합법화시켰다. 폭력과 불법은 어떤 경우도 용납이 안 된다고 선언하고 그 원칙을 지켰다. 국민은행 파업은 정권의 위기였다. 전산망이 마비되고 전금융노조가 가세하여 경제마비의 위기로 치달았지만 끝까지 버텨냈다. 민주노총이 몇 번 파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노동운동도 억지 가지고는 안 된다. 현 정부 초기에 노조에 온정주의로 갔는데 이제 바로잡아졌다. 이제 민주당 여러분은 돌아가서 최선을 다해 잘들 하라. 이렇게 찾아줘서 감사하다.

▷한화갑 대표 : 오늘 긴 시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용기를 받고 갑니다. 최선의 노력을 하여 민주당을 재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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