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후광 벗고 SUN‘쨍~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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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후광 벗고 SUN‘쨍~쨍’

김응용감독 펑펑야구 탈피 … 작전중시 짠물리더십 효과
"붙박이 주전 없다" 경쟁유도 … 단독 1위 질주 성공적 데뷔

프로야구 삼성의 선동열 감독. 이제는 ‘초보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도 될 듯하다. 팀당 35경기 정도씩을 소화한 16일 현재 삼성은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고 7연승을 달리면서 최다연패는 3연패에 불과할 정도로 전력도 안정적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1년간의 코치생활, 그리고 전임 김응용 감독의 후광과 과도한 기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감독은 취임 6개월 만에 ‘짠물 리더십’을 발휘해 삼성의 색깔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겉과 속이 다른 스타일= 선감독은 술을 꽤 좋아한다. 주량을 따지면 프로야구계에서 손꼽히는 말술이다. 성격 역시 호방하다. 선수시절 0-1로 완투패한 날도 “내가 1점 안줬으면 최소한 비기는건데”라고 자책한 뒤 술 한잔 먹고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감독으로 더그아웃에 앉은 뒤에는 아주 꼼꼼한 성격으로 변모했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데 주력하던 지난해 수석코치 시절과도 다른 모습이다. 항상 신상필벌을 강조하고 철저하게 경쟁원칙을 적용한다. 올 시즌 삼성에는 ‘붙박이 4번 타자’ ‘붙박이 1루수’같은 단어가 없다. 선감독은 “모든 포지션에 복수후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제 어린선수들도 실력만 증명되면 당장이라도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용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했다면 선감독은 합리적으로 선수들을 설득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도 이제 선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했다. ‘60억의 사나이’ 심정수부터 풋내기 조동찬에 이르기까지 누구랄 것도 없이 타격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특타를 자원한다.

◇작전, 또 작전= 지난 20여년간 삼성의 트레이드 마크는 막강한 타선이었다. 세밀하고 섬세한 야구보다는 ‘펑펑’ 터지는 홈런 한방에 승부를 걸곤 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180도 변모했다. 승부처다 싶으면 여지없이 작전이 나온다. 번트를 대서 주자를 착실히 진루시키는 이른바 ‘짜내기’도 망설임 없이 구사한다.

선감독은 “홈런 펑펑쳐서 이기면 보기야 좋겠지만 그런 날들이 1년에 몇번이나 있겠냐”며 “1점차 승부를 할 줄 아는 팀이 진짜 강팀”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시즌 우리팀의 작전성공률은 거의 100%였다”며 “특히 번트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뛰는 야구도 중시한다. 10일 두산전에서 삼성의 양준혁은 3회 과감한 3루 도루로 상대 배터리의 얼을 뺀 뒤 박한이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올렸다. 양준혁의 단독도루였다. 경기가 끝난 뒤 선감독은 “양준혁이 3루가 비어있는 걸 보고 잘 판단했다”며 “설사 실패했더라도 칭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더위와 장마철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 정규리그는 이제 4분의 1이 지난 것에 불과하다. 무더위와 장마철을 이기고 살아남아야 ‘진짜 강팀’이다. 선감독은 내심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면 좌완 중간계투 권혁과 주전 유격수 박진만이 부상에서 돌아온다. 이미 어느 정도 회복된 두 선수를 성급하게 1군에 불러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여름에 최강전력을 구축해 단숨에 치고 올라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벅지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는 김한수는 5월6일 이후 아예 엔트리에서 빼버렸다. 선감독은 “보이면 자꾸 쓰고 싶어진다”며 “오늘만 야구할 것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선감독의 이런 인내심은 김응용 사장도 인정했다. 김사장은 “나같으면 참지 못했을 상황에서도 선감독은 2~3번은 더 기다릴 줄 안다”며 “20년 감독생활한 나보다 낫다”고 칭찬했다.

◇긴장을 풀지 않는 초보감독= 선감독이 초보티를 내는 때는 경기 후반이다. 선감독은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좀처럼 긴장을 풀지 않는다. 지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선두를 다투고 있는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내줄 것은 내주고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며 승패가 갈린 다음에는 후보선수들을 활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선감독은 “패한 경기 중에도 무기력하게 내준 경기는 한번도 없었다”며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방법이 더 효율적인지는 가을이 돼 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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