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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 총학생회, 공금 빼내 등록금 납부 '파문'

기사입력 2006.04.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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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 부회장 학생회비 350만원 인출 자신과 동료학생 등록금으로 무단 사용

     순천대 총학생회 집행부가 비위 등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무더기 불신임을 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5일 순천대에 따르면 올 출범한 제22대 총학생회장 양모씨(4년)가 학점미달(1.75 미만)에 의한 학사경고 4회 누적으로 지난 2월2일 학교 측으로부터 제적당하고 지난달 3일 긴급소집된 비상확대운영위에서 직위를 박탈당했다.

     양씨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총학생회 부회장 장모씨(4년.여) 또한 회장의 제적사실을 한 달여간 감췄다는 이유 등으로 같은 날 개최된 비상확대위에서 회장으로의 지위승계 인준을 받는데 실패했다.

     비상확대위에서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맡은 조모씨(3년)를 비롯한 임시 집행부는 특히 인수인계 실사 과정에서 장 부회장의 공금유용 사실을 새롭게 들춰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회에 의하면 장 부회장이 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인 학생회비 가운데 350만원을 인출해 자신과 동료학생 등록금으로 무단 사용했다는 것이다.

     회장 제적사실을 감추고 미숙한 회의진행을 이유로 사실상의 '탄핵'을 당한 장 부회장 측의 공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자 이에 책임을 지고 총학 간부진 3명과 함께 자진 사퇴하고, 그간의 의혹에 대해 지난달 16일 자유게시판 등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장씨는 사과한지 며칠 후 태도를 바꿔 "새집행부의 납치와 협박에 의한 허위자백이며, 총학생회 와해를 시도한 학생처의 기획된 작품"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대자보를 학내 곳곳에 붙였다. 장씨는 지난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우(이모씨) 등록금을 납부한 적은 있지만 자신의 등록금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일부만 시인했다.

     그러나 임시 집행부는 장씨의 주장을 반박하며 회계부정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당선된 22대 총학생회 측이 통장거래내역과 회계장부 기재내역 불일치 등을 지적했다. 회계장부에 1월4일 편육(片肉) 16만5000원이라고 적어놓고는 영수증에는 13만원짜리가 첨부됐고, 회계장부 지출일과 카드결제일이 다른 항목도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감정이 격해진 양측은 서로를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소하는 등 장외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문제가 커지자 대학 측도 양쪽 학생회 간부들을 불러들여 고소사태까지 이른데 따른 부질을 꾸짖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회비 유용문제가 불거지기 전만도 단과대 학생회장인 조 권한대행을 중앙선관위원장으로 겸임해 당초 식목일(4월5일)에 새 총학회장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회계부정 의혹이 일면서 이마저 무기 연기된 상태다.

     비상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총학생회 출범이 2학기로 넘어가거나 자칫 총학 부재인 채로 한해를 마감하는 초유의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총학생회 치부가 드러나자 구성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법학과 박모씨(1년)는 "기성 정치인을 그토록 비토하던 학생회가 돈문제로 비방 전을 일삼고, 지성인답지 않게 고소까지 해 창피하고 학생회비가 아깝다"고 비판했다.

     졸업생 김모씨(92학번)도 "무려 4차례나 학점미달을 당한 사람을 검증없이 총학 회장으로 뽑고, 게다가 단 한푼도 헛되게 사용해서는 안될 학생회비마저 손을 댔다니 충격적이다"고 놀라워했다.

     일련의 사태에 별다른 중재역할을 않고 있는 대학 측의 둔감한 행동도 시비거리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총학에 개입하면 간섭한다며 반발하고 일쑤다"며 "학생회 자체적으로 회계 감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물을 본 뒤 대학차원의 결정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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