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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운동권 출신 총리의 골프 파문

기사입력 2006.03.0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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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총리가 골프를 즐긴다는 사실은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공사(公私)를 가리지 않는 국무총리의 독선적 처신이다. 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2인자다. 그는 3·1절, 철도파업으로 지하철 승객과 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서던 날, 부산지역 상공인들과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부적절한 처신이다.

    이총리가 골프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해 강원도 대형 산불 때는 골프를 친 것이 물의를 빚자 “근신하겠다”고 하더니 남부지방에 물난리가 나는 와중에도 골프를 강행해 빈축을 샀다. 전방 총기난사 사건 당시는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로 전날까지도 브로커 윤상림씨 등과 골프를 친 전력이 국회에서 논란이 됐음에도 골프를 강행했다. 오죽하면 재야운동권 출신인 이총리가 ‘필드 운동권’으로 변신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이총리측은 골프 라운딩 중에도 상황을 보고받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식이라면 총리가 굳이 매일 출근할 이유가 있을까. 자택에서 화상회의를 하거나 휴대폰으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면 그만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권력구조상 총리가 없다 해도 국정은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처신이 중요한 것은 이런 업무 관련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공직사회와 국민들에게 미치는 문화적 심리적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성추행 파문을 계기로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의 품위 문제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일국의 총리가 때와 장소를 못가릴 만큼 골프에 빠져 있다면 민심을 모르거나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은 소치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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