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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항생제

기사입력 2004.11.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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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한 환자가 폐렴에 걸렸다. 고열에 기침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 항생제를 계속 먹는데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는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해도 차도가 없다. 갈수록 상태가 나빠져 중태에 빠져들었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병균에 감염됐기에 어떤 항생제를 써도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이 환자는 감기에 자주 걸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항생제를 제멋대로 사서 먹었던 경력이 있다. 이렇게 항생제를 남용하면 나중에 중병에 걸려도 결국 치료약이 없게 된다. 그렇다면 감기에 걸려도 항생제는 절대로 먹지 말라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항생제는 먹어야 할 때와 먹지 말아야 할 때를 제대로 가리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생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작은 미생물이어서 보통 광학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눈에 들어온다. 독립적인 신진대사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체세포 안에서만 복제되며 번식 능력이 강해서 한 시간에 10만배나 증식을 한다. 문제는 박테리아로 인한 병들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병들은 항생제로 치료가 잘 안 된다는 데 있다. 항생제는 제대로 선택해 써야 한다. 일단 사용하려면 적극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해야 한다.

    항생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가래나 콧물에 누런색 또는 녹황색이 섞일 때는 박테리아에 의한 2차 감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항생제를 써야 한다. 열이 매우 높을 때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일 때는 발열이 별로 심하지 않다. 열이 매우 높으면 대개 세균에 의한 2차 감염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축농증, 중이염, 기관지염 등을 자주 앓고 있는 사람이 감기에 걸렸을 때는 처음부터 항생제를 쓰는 것이 좋다. 이들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이른바 연쇄상구균이 침입해 심장이나 관절염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일단 이틀 정도 사용한 뒤 증상이 호전된다면 계속 사용해도 괜찮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항생제를 바꿔야 한다. 어떤 항생제를 사용하든지 일단 효험을 보이면 적어도 1주일간은 사용해야 하고, 충분한 양을 써야만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경미한 감기에 걸렸을 때는 특별한 약을 쓸 필요는 없고 그냥 “감기를 귀한 손님처럼” 모시면 며칠 있다 “잘 쉬었다 가노라” 하며 떠나갈 것이다. 그러나 고름같이 누런 가래나 콧물이 나올 때는 전문의를 찾아가는 게 현명한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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