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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빨리빨리 문화’가 경쟁력

기사입력 2005.05.0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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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0년대 중반 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합작파트너인 포드와 결별, 독자적으로 국산차를 생산해 자동차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과 전문가들은 “한국에 바보가 나타났다”고 비아냥댔다.

    그들이 정 회장을 비웃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구 2500만명의 작은나라. 그것도 국민소득이 600달러밖에 안되는 후진국에서 자동차산업을 하겠다고 하니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부품만 2만개나 들어가는 종합산업이다. 또 인구가 1억은 돼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우선 내수가 뒷받침돼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은 현대자동차를 견제하지 않았다. 건설업을 통해 번 돈을 얼마나 까먹는지 즐기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은 얼마안가 모두 빗나갔다. 정 회장은 1년여 만(75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차 ‘포니’를 선보였다. 세계 전문가들은 3년쯤 걸릴 것으로 내다보았었다. 이렇게 개발된 ‘포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것이다. 고객들은 3년에 한번씩 신형포니로 바꾸었다. 결국 2500만명이 1억 인구와 맞먹는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이유는 우리 국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와 ‘따라하기 문화’ 덕분이었다. 이후 외국 자동차전문가들은 자동차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정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도 이때 나왔다. 자동차 산업을 하겠다고 울산에 터를 잡았을 때다. 하루는 불어닥친 폭풍과 해일로 공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 같은 천재지변을 만나면 보통사람들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 자동차산업을 접었을 법하다. 하지만 역경을 기회로 바꾸는 연금술사 정 회장은 “시련은…”을 외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다녔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자동차생산국가 빅6에 진입해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프랑스 한국 순이다. 중국이 주로 합작회사인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세계 5위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266억달러로 반도체(265억달러)와 휴대전화(262억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부품까지 합치면 325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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